"SBS 공정언론 나아가도록 적극 감시"

기술직 출신 채수현 SBS 노조위원장


   
 
  ▲ 채수현 SBS 노조위원장  
 
3번의 후보 등록 무산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난항을 겪었던 제14대 SBS노동조합이 27일 새로운 닻을 올렸다. 지난 16일 채수현 라디오기술팀 차장이 신임 SBS본부장 겸 지부장에 당선되며 두 달여 만에 공식 출범된 것. 채 본부장은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조합원들이 당당히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늘 지근거리에 있겠다”고 말했다.

‘SBS 기술직 첫 노조위원장.’ 통상 기자와 PD가 교대로 위원장을 맡는 관례가 깨졌다. 본래 PD 차례였지만 선례로 증명된 노조 주홍글씨와 제한된 인력에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고, 고민 끝에 그가 결정을 내렸다. 새로운 타이틀에 그는 “매한가지”라며 “대의가 있는 바른 결정이라면 조합원들은 언제든 따라줄 것”이라고 말했다.

“SBS 업의 본질은 언론사다. SBS가 공정하고 바른 언론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감시·충고하는 역할에 중점을 두겠다.” 뒤늦게 출발했지만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내부 공정방송실천위원회와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보도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 결과를 조합원들에게 수시로 공개하고 코멘트를 받는 등 적극 공유할 계획이다. 채 본부장은 “어디든 많이 자주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내부에서 공론화되면 제작자들은 한 번 더 생각하고, 사측은 제작 자율성을 더 보장해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6·4지방선거를 앞두고는 20일부터 ‘지방선거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올해 산적한 과제도 많다. 시대 변화에 맞게끔 우선 단체협약을 개정해야 한다. 내년 1월부터는 노사 합의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돼 있어 세부 논의를 위한 준비도 돌입해야 한다. 또 자회사로 뉴스영상물제작을 해온 뉴스텍과 미술서비스를 담당한 아트텍이 지난 5월 A&T로 통합되면서 안정화를 위한 후속 대책도 필요하다.

최근 KBS와 MBC가 세월호 참사 보도로 ‘제작 자율성’ 문제가 촉발되며 SBS도 편치만은 않다. 세월호 보도에 대한 언론 불신을 피해갈 수 없음은 물론, 자칫 지상파 방송 전체 신뢰도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 두 공영방송이 시급히 복구되지 않으면 전체 언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혼자선 두렵고 어렵다. SBS 혼자 현 정권을 얼마나 비판할 수 있겠나. 함께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깊이 파헤치고 비판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SBS가 낫다고들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반응에 “무거움”을 느낀다. 채 본부장은 “SBS가 과연 100점짜리 1등인가”라며 “강물이 흐르는데 KBS와 MBC는 노를 젓지 않아 떠내려가고, SBS는 노를 젓지만 강을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후 기자·PD들과 세월호 참사 보도 관련 간담회도 구상 중이다.

경영과 방송의 독립은 지금도 실현해야 할 과제다. SBS 재허가 논란이 있던 2004년 노조가 공익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며 내놓은 ‘14대 개혁과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콘텐츠 제작을 위한 물적 토대 등 선순환적인 구조가 필요하다. “지상파 방송은 어느 개인 소유가 아니다. 전파의 주인인 시청자(시민)와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만드는 구성원, 그리고 대주주까지 3자의 재산이다. SBS를 좋은 언론사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물과 양분을 제공하며 상호 신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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