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대로 보도하고 싶다"

조일수 KBS 기자협회장



   
 
  ▲ 조일수 KBS 기자협회장(사진=뉴스1)  
 
연차·직종 떠나 자긍심 상처
길환영 아래서 독립 불가능
사장 물러날 때까지 제작거부
중간에 타협하는 일은 없어


KBS 기자협회가 길환영 사장 퇴진과 보도 정상화를 요구하며 무기한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임의단체인 기자협회의 제작거부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지만, 기자들의 참여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세월호 보도에 대한 막내기자들의 반성문이 선배들을 “번쩍 정신이 들게” 했고, 이후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와 길환영 사장의 민낯을 드러내는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투쟁 의지는 활활 타올랐다.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KBS의 세월호 보도를 반성하는 리포트를 내보내고, 김 전 국장의 폭로 내용과 청와대 외압 의혹 등을 자사 뉴스를 통해 보도할 수 있었던 것은 투쟁 과정에서 얻은 작은 결실이다. 조일수 KBS 기자협회장은 “길환영 사장이 있는 한 KBS 독립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며 “타협의 여지는 없다”고 못 박았다.

-제작거부 참여 인력이 얼마나 되나.
“평기자는 거의 100%라고 보면 된다. 최근 새롭게 임명된 본부장과 국장, 취재주간, 편집주간, 그리고 정년이 얼마 안 남은 선배 등 일부만 보도국에 남아 있다. 취재부서 팀장은 다 빠진 상태다.”

-어느 때보다 참여 열기가 뜨겁다.
“예전 파업이나 제작거부와 같은 집단행동과 확연히 다른 것은 우리가 ‘사측’이라며 싸워야 했던 팀장과 부장, 국장까지 같은 편이라는 거다. 전에는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 정치적 견해라든가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다. 보도나 저널리즘에 관한 기자들의 공통적인 인식 수준이 있는데, 그 선을 넘겨 버린 거다. 또 하나, 분명 보도의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이건 언론사로서 독립성과 직결된 문제다. 군사정권 이후 정치권의 개입이 제한적이 되면서 수신료를 받는 공영언론사 종사자로서 나름의 독립성을 유지한다는 자부심으로 버텨왔는데 그게 일순간에 깨졌다. 생각이 좌든 우든, 연차나 직종을 떠나 자긍심에 상처를 내고 허탈감과 참담함을 안겼다는 점에서 뜻이 같다.”

-제작거부는 언제까지 하나.
“사장이 물러날 때까지다. 중간에 타협의 여지가 없다. 지난 19일 사장이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불분명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정도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과가 전제되고 그에 따라 조치가 나오고, 마지막까지 사장이자 KBS인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내용을 밝혔어야 한다. 그리고 시한을 한 달이 됐든 두 달이 됐든 얘기하고, 그 사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진정성을 보였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도 받아들여질 수 있고 현실적인 접점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과도, 반성도 아니고 사퇴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게 오해다 이런 식으로 나오니 진정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 분을 사장으로 모시고는 독립성, 특히 보도의 독립성은 절대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작거부 대신 보도투쟁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는데.
“그만큼 우리에겐 보도를 멈추는 것보다 바로세우는 게 우선이다. 보도를 바로 세우려고 하니 이 분 갖고는 안 되겠다 싶었다. 정말 제대로 하고 싶은데, 이 분(길 사장) 밑에서는 안 되겠다, 그래서 보도투쟁 보다 전면 제작거부로 가기로 한 거다. 우리도 방송하고 싶고, 마이크 잡고 싶다. 제작거부는 제대로 방송을 하고 싶다는 역설적인 우리의 의지 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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