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는 뿌리가 튼실한 언론…소통·혁신하면 영향력 1위 올라설 것"

[기협 인터뷰]한겨레 정영무 사장



   
 
   
 
깊이가 다르고 책임 있는 뉴스
낮은 수준의 온라인 유료화 고민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희망 발견
광고 외압 결코 굴하지 않을 것


정영무 한겨레 사장은 인터뷰가 진행된 한 시간 동안 ‘신뢰’라는 단어를 16번, ‘영향력’이라는 단어를 11번 사용했다. 높은 신뢰도에 걸맞은 영향력 확보. 그것이 취임 두 달째 접어든 정 사장이 몰두하는 화두였다.
지난 1월 한겨레 주주사원 직접선거에서 선출된 정 사장은 ‘온·오프 통합’을 강조하며 ‘온·오프 유료 독자 30만명’, ‘온·오프 통합 영향력 1위’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겨레가 창간 서른 돌을 맞는 2018년 영향력 1위의 언론사가 되겠다”는 ‘비전 2018’을 제시했다.

영향력이 높아지면 수익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되고, 이를 한겨레 발전과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데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구상이다. 우선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20만이 채 안 되는 신문 독자들의 이탈을 방어하는 동시에 ‘온라인 퍼스트’ 전략으로 온라인 독자층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본사 매출 1200억원 달성’, ‘영업흑자 60억원의 안정적 확보’ 등도 내걸었다. 일각에선 계획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정 사장은 한겨레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편집국과 전략기획실, 광고국을 두루 거치며 한겨레의 비전을 그려온 자신감에서다. 창간 26주년 기념일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 서른 살의 한겨레를 일찌감치 준비하고 있는 정 사장의 고민을 들었다.

-세월호 참사 보도를 계기로 언론에 대한 불신이 크다. 한겨레 지면을 평가한다면.
“재난보도와 관련해 언론 전반의 문제가 드러났고, 한겨레 또한 지적받아야 할 점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총력 대응 체제가 아쉬웠다는 내부 지적이 있었다. 이번 사태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가야 할지 내부에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정말 언론이 제대로 해야 되겠다, 앞으로 신뢰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야겠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취임 직후 1박2일 워크숍, 경영 혁신 등 폭넓게 논의

-사장 취임 후 두 달이 지났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취임하자마자 핵심간부 100여명과 소통과 혁신을 주제로 1박2일 워크숍을 진행했다. 콘텐츠 혁신과 경영 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콘텐츠 혁신은 한겨레의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는 방향이다. 깊이 있고 책임 있는 보도, 폭넓은 콘텐츠로 가야 한다. 경영 부문 역시 전문화 되고 기자 교육이나 신문사가 나갈 방향, 미래 전략을 제시할 정도가 돼야 한다. 효율적이고 앞서나가는 경영을 하는 데 주력하려고 한다.”

-1/4분기 경영 성적이 좋지 않다. 사장 선거에서 공언한 영업흑자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35억원 영업적자를 예상했는데, 더 나빴다. 경영진이 교체되는 과도기여서 평소만큼 꼼꼼히 매출을 챙기지 못한 탓도 있는 것 같다. 우선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광고매출이 정상궤도를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안정적인 구독료 수입을 위해 충성도 높은 독자의 확보에도 힘쓰겠다. 40~50대 화이트칼라의 독자 비중이 높은데 스펙트럼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15일 창간기념일을 기점으로 더 열심히 해서 적자를 메우고 다시 도약할 것이다.”

-신문 산업이 어려운데,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신문 환경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한겨레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기 확신이 있기 때문에 경영을 맡겠다고 자처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그대로다. 한겨레는 기본적으로 뿌리가 상당히 건강한 언론이다. 내부의 혁신을 통해 발전하고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수준의 소통을 한다면 전체 언론 시장에서 영향력을 훨씬 넓힐 수 있다. 영향력이 커지면 금전적인 건 부수적으로 따라올 수 있다. 콘텐츠의 질과 수준을 높여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창간 기념일(5월15일)을 기점으로 혁신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밝혔다.
“15일부터 일부 지면 개편을 선보일 계획이다. 일단 활자 크기를 키우고, 가을쯤 큰 규모의 지면 개편이 있을 예정이다. 앞서 지난 1일부터 모바일 독자를 위한 뉴스 콘텐츠 서비스 전환을 이뤘다. 사실 모바일 쪽은 아직 광고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 수익성으로만 보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당장 마이너스 수익을 감수하고라도 독자가 가장 원하는 플랫폼으로 서비스하겠다는 원칙이 있기에 가능했다. 모든 결정은 ‘2018년 영향력 1위’라는 한겨레의 비전을 중심에 두고 판단하고 있다.”

-온라인 집중 투자로 올해 안에 열독률 1위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온라인 혁신 방안은.
“온라인에서 온라인 독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주요 과제다. 이를 위해 모바일판 서비스도 시작했고, 온·오프 통합 디지털 뉴스룸으로 좀 더 입체적인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 이밖에 디지털 조직과 인력 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디지털 인프라 개선, 홈페이지와 서브 페이지 혁신 작업 등도 추진 중이다.”

-통합 뉴스룸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밝혀 달라.
“자원 배분을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퍼스트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것이다. 융합 편집국(통합 뉴스룸) 구축은 미디어 환경 급변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다. 종이 신문과 디지털의 융합을 통해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동시에 수익을 거두려 애쓰고 있다. 온·오프 통합 뉴스룸에서 다매체와 멀티 플랫폼에 적합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현재 편집인을 중심으로 편집국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조직과 업무 공정을 혁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장 기자들은 물론 데스크와 에디터들도 단지 기사를 쓰고 지면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생산·유통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해 온·오프 경쟁력을 확보할 생각이다.”



   
 
   
 
-온라인 유료화 추진 계획은.

“조급하게 유료화를 추진할 생각은 없다. 유료 독자들에게 종이신문 이외에 독자들의 니즈에 맞춘 차별화된 온·오프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낮은 수준의 유료화를 추진해나갈 생각이다. 종이신문에 기사가 아닌 플러스알파의 프리미엄 콘텐츠를 추가함으로써 유료 독자를 유지 또는 확대하는 방식이다. 새로 단장한 한겨레 가판대 2.0에는 ‘한겨레 다이제스트’라는 디지털북들이 올라 있다. 독자들에게 제공할 프리미엄 디지털 콘텐츠의 한 사례다. 새로운 시장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도를 연구하면서 한겨레만의 방식을 찾으려고 한다.”

-양상우 전 사장이 추진해온 차세대집배신시스템(CCI) 도입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CCI는 훌륭하고 강점이 많은 시스템이다. 온·오프 라인의 통합, 디지털 퍼블리싱 강화, 다매체 전략, 업무 효율화 등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CCI 도입을 결정했다. 다만 우리 몸에 맞추는 문제가 남아 있어 열심히 학습과 연구를 하고 있다. 몇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큰 목표에 도달하는데 난관이 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그룹별 뉴스소비 행태 분석, 독자층 스펙트럼 넓힐 것

-한겨레 주독자층인 386세대가 중년이 됐다.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젊은 독자층 개발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 25세에서 44세를 타깃으로 삼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생활정보, 국제, 라이프 쪽이 강점이다. 한겨레가 약하다고 불리던 지점이다. 다양한 블로거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독자군을 한겨레 매체 스펙트럼에 추가했다. 수치와 시장의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SNS를 백분 활용하는데 포털 없이도 유입과 확산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다. 한겨레 자체적으로도 연령별, 관심사별로 콘텐츠를 차별화하고 각 타깃 그룹의 뉴스소비 행태를 분석해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3년 후 한겨레는 지금보다 훨씬 넓은 독자의 스펙트럼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공약 중에 데이터저널리즘 전담조직 신설, 탐사보도팀 제도화도 있다.
“데이터저널리즘 전담 조직은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우선 데이터 분석 전담자를 탐사보도팀에 배치했다. 탐사보도팀은 개방형 공모제 형태로 운영 중이다. 최소의 인원으로 팀을 만들고,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결합해서 일하는 방식이다. 기존 부서에서도 일상적인 뉴스에서 속보 경쟁을 지양하고 깊이 있고 차별화된 뉴스를 만들어 가자고 강조하고 있다. 탐사보도 연구모임 등 여러 학습 조직들도 있는데, 연구와 교육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실력을 길러야 더 신뢰받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임금협상이 진행 중이다. 생활임금 보장과 상여금 600% 복원 등을 약속했는데.
“최소한 물가상승분을 상쇄하는 임금 인상은 보장하고자 한다. 하지만 통상임금에 따른 근로형태 및 임금구조 개선은 불가피하다. 노조와 긴밀히 상의해 회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지키겠다. 한겨레가 ‘다니고 싶은 직장 1위’, ‘창의적인 기업문화 1위’의 일터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한겨레가 신뢰도와 영향력 1위의 언론이 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09년 삼성 광고 중단 사태로 혹독한 경영위기에 직면했을 때 광고 상무를 맡았던 이력이 있다. 자본 권력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어떻게 고민 중인가.
“당시에도 한겨레는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보도를 했고 나중에 광고가 정상화 됐다. 앞으로도 우리들 쪽에서 먼저 광고로 인해 보도에 영향 받는 일은 없을 거다. 얼마 전 한겨레가 삼성 비판 의견광고 게재를 거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광고 금액 문제로 협상이 잘 안 된 것이 외부에 잘못 비춰진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최근까지도 의견광고 주체들과 광고료 등 실무협의를 거쳐서 현대차, LG전자, 현대건설 등의 노동조합 의견광고를 게재해 왔다. 앞으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특별히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

-한겨레 창간 멤버로 입사해 27년째다. 한겨레의 시대적 소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사회가 강점도 있지만 동시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열어가는 소통과 대화의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겨레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크게 보면 한반도 평화와 삶의 안전 이런 부분에 있어서 갈등을 해소하고 문제를 풀고 미래를 열어가는 구심점이 한겨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담=김성후 편집국장직대 kshoo@journalist.or.kr
정리·사진=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일과 삶의 균형·따뜻한 조직문화 강조
정영무 사장은 경남 함양군 출생으로 서울대 정치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5년 서울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뒤 88년 한겨레 창간 멤버로 참여했다. 생활환경부, 정치부 등을 거쳤으며 특히 경제부를 오래 했다. 민권사회2부장, 한겨레21 편집장, 경제부장, 편집국 수석부국장, 전략기획실장, 논설위원, 광고담당 상무 등을 지냈다.

사장 선거 당시 그의 7대 공약 중 하나는 ‘가장 일하고 싶은 일터’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일과 삶의 균형’과 따뜻한 조직문화를 강조한다. 지난 5일 어린이날을 맞아 6~13세의 아이가 있는 직원들 가정에 편지와 선물을 함께 보낸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덕분에 ‘사장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팬레터도 받았다고 비서팀에서 귀띔한다. 정 사장은 “사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만족하며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느 언론사, 어느 조직보다도 선진적이고 앞서가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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