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소통 자신…파업 아픔 치유하고 작지만 강한 신문 만들겠다"

[기협 인터뷰]국민일보 최삼규 사장



   
 
   
 
조상운·황일송 기자 복직 지금 얘기하긴 어려워
조용기 원로목사 공격은 일부 장로들 배신행위
우리의 블루오션은 ‘미션라이프’
순복음교회에 더 이상 의존 안해


지난 12일 취임한 최삼규 국민일보 사장은 2012년 노조의 173일 파업, 조용기 원로목사 일가에 대한 민·형사상 재판, 여의도 순복음교회 재정지원 중단 등 최근 국민일보를 둘러싼 중요한 사건들의 복판에 있었다.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그가 받아들일지 긴가민가했다. 사람은 누구나 복잡한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법이다. 특히나 여러 현안이 얽혀 있는 국민일보 아닌가. 그러나 흔쾌하게 응했다. 지난 14일 최 사장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강원대학교를 졸업한 후 강원일보, 매일경제를 거쳐 국민일보에 창간 멤버로 합류했고, 사장까지 됐다. “젊은 시절에는 기자로서 열정을 불태웠다. 한창 민주화, 언론자유 바람이 불었을 때다. 1988년에는 국민일보 초대 기자협회 분회장도 했다. 다른 데 한눈팔지 않고 한길을 가다보니 운이 많이 따랐다.”

-왜 사장에 선임됐다고 생각하나.
“촌스럽고 우직하게 발로 뛸 수 있는 사람을 찾은 것 같다. 사장 임명과 관련해 사전에 누구한테도 언질을 받지 않았다. 취임 이후 조민제 회장을 만났더니 올해 재정자립을 이뤄달라고 당부하더라. 일하는 풍토를 만들고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작지만 강한 언론을 만들고 싶다.”

-취임사에서 ‘미션 면 고급화’를 강조했다.
“국민일보의 블루오션은 ‘미션라이프’(기독교 뉴스)다. 미션 면 고급화는 감동이 있는 기사, 세상을 밝게 하는 기사를 강화하자는 의미다. 복잡하고 살벌한 세태를 우리 신문이 앞장서서 순화시키자는 취지다. 현재는 기독교 행사를 주로 다루는데, 이보다는 좀 더 깊고 읽을거리가 많아야 한다.”

-미션라이프 지면이 늘어나는 건가. 종교국 인원도 조정하나.
“일단 온오프라인을 같이 시도한다. 수요가 많고 독자의 호응이 높아질 경우 경영진과 상의해서 (지면 확대를) 추진할 것이다. 종교국 인원을 늘리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미션 면이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이라고 보고 있다.”



   
 
   
 
-본지에는 소홀해질 우려가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종교국이 별도로 있다. 이 부분을 좀 더 충원하거나 재배치하겠다는 의미이지 편집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아니다.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는 것은 종합일간지라고 할 수 없지 않나.”

-뉴미디어 전략은 어떻게 되나.
“앞으로 구성원들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사소한 정보라도 온라인을 통해 독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시콜콜한 기사라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정보가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지방주재기자들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매체는 정보량이 많아야 인정받고 신뢰가 쌓인다. 독자들이 ‘국민일보에 검색해보면 나온다’고 말하는 순간, 발전이 생기는 것이다.”

-온라인 강화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복안이 있나.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지만 밝힐 단계는 아니다. 내부적으로 의견을 취합한 상태일 뿐이다.”

-타 매체는 뉴스유료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일보도 신년사에서 뉴스유료화를 내걸었다.
“아직 유료화 작업까지 진행되진 않았다. 앞으로 미션 면을 고급화한다고 했는데, 이 부분이 장기적으로 뉴스유료화를 염두에 둔 발상이다. 전국의 모든 기독교 정보와 뉴스를 신속하고 깊이 있게 분석해 전달하면 나름 호응이 있을 거라고 본다.”

-올해 여의도순복음교회로부터의 재정 지원이 끊긴다. 국민일보는 올해 재정 자립을 선언했다.
“자립경영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는 올해, 첫 책임자가 돼서 어깨가 상당히 무겁다. 과거에는 1년에 100~200억원을 지원받았으나 지난해에는 10억 수준이었다. 올해는 5억이 책정됐지만 자립을 선언했다. 그동안 국민일보 내부에는 ‘잘 안 돼도 교회가 도와주겠지’라는 의존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올해로 창간 26주년인데, 이쯤 되면 스스로 자립을 하는 게 긍정적일 것이라 판단했다. 물론 조용기 목사가 국민일보를 설립할 때의 창간 정신은 갖고 간다. 다만 경제적으로 홀로서기를 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립을 하겠다는 것인가.
“저는 발로 뛰겠다고 선언했다. 사장실에 앉아있기보다는 많이 뛰어다닐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기업인도, 공직자도 만날 것이다.”

-구성원들은 장기적인 비전을 원한다.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제프 베조스는 종이신문이 미래의 고급 상품(luxury item)이 될 것이라고 했다. 언론에는 영원한 승자가 없다. 지금은 온라인이 전부인양 생각하지만, 그 뿌리와 기둥은 종이신문 아닌가. 뉴미디어 부분이 활성화된 언론도 신문이 바탕이 됐기 때문에 잘 나가는 것이다. 미션 면이든 일반 면이든 깊이 있는 기사로 승부하다보면 충분히 미래는 밝다고 본다. 기자 생활도, 경영인 생활도 해보면서 부침을 많이 겪었지만 결론은 종이신문이다.”

-예전엔 논문 표절, 쌀 직불금 파동 등 특종을 터뜨리며 주요 종합일간지로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존재감이 많이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최근 인권보도상 시상식에 기자들을 격려하러 갔다. 지난달에는 프로포폴 연예인 구속 검사 보도로 이달의 기자상도 받았다. 그동안 노사 문제 때문에 이런 부분에 있어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는데, 작년부터 조직이 안정되면서 단독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사내 특종상도 쌓이고 있다.”



   
 
   
 
-지난 2012년 파업 이후 기자들이 많이 떠났다. 사기도 많이 저하됐다.

“내부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서로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작년도 임금협상이다. 지난 2월에 타결이 됐는데 젊은 기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그동안 정률 인상만 해오다보니 원래 임금이 높았던 사람들만 더 혜택을 보는 결과가 났다. 이번엔 노조의 합리적인 요구를 받아들여 정액 인상을 했다. 또한 앞으로 열심히 일하는 기자들이 그렇지 않은 기자들보다 더 큰 보람을 느끼도록 할 것이다. 같은 동기라도 인사고과에 따라 임금 차이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자들은 ‘소통하는 사장’을 원한다.
“저는 권위를 따지거나 직위에 따라 구분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이 부분은 어느 언론사 사장보다 자신 있다. 때로는 소주 한잔 하면서 대화하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허물없는 사장이 될 것이다.”

-조직의 화합이라는 연장선에서 조상운, 황일송 기자가 복직하게 된다면 좋지 않을까.
“지금 얘기하긴 어렵다. 대법원에 상고(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은 조상운 전 노조위원장에 대한 사측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해놓은 상황인데… 상처가 크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다.”

-앞으로 국민일보를 원활히 이끌고자 한다면 해직기자 문제 해결 방안을 생각해보는 게 좋지 않겠나.
“그 부분을 얘기하려면 끝이 없다. 노조에서 제기한 수십 가지 문제가 법원에서는 무죄로 나왔다. 신문발전위원회 건이 남아있는데(조민제 회장은 신문발전위원회로부터 신문발전기금을 유용한 혐의로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에서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회장이 단돈 일원이라도 건드렸다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회사가 어려울 때 그 돈으로 봉급도 주고 회사를 경영했는데, 그런 사람을 모함한 것은 정말 깊은 상처다.”

-국민일보에겐 조용기 목사 일가가 ‘성역’인 것 같다.
“조 목사는 국민일보 설립자고 명예회장이다. 그리고 세계적 영적 지도자다. 나는 조 목사의 밝은 모습만 보려 한다. 지금 나오는 모든 얘기들(조 목사는 지난 2월 배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부 장로들이 각종 비리 및 불륜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었다)은 전부 예전 최측근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조 목사가 당회장, 순복음선교회 이사장 등을 모두 내려놓고 실권이 없어지니까 일부 장로들이 배신을 때린 거다. 26년이라는 세월 동안 조 목사가 국민일보에 쏟은 애정을 지켜본 산 증인으로서, 그 누구도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된다고 본다. 이십여년 전 성도들의 온갖 불평불만을 무릅쓰고 수십억의 지원금을 받아 국민일보를 일으킨 분이다.”

-일선 기자들도 이에 공감한다고 보나.
“젊은 기자들이 이해를 안 하려고 하니 거기서 갈등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 노조는 선이고, 회사는 악이라는 선악구도가 형성돼 젊은 기자들이 20~30년 전까지 올라가 생각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사장 임기 동안 반드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조직을 효율적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일 많이 하는 사람과 거의 안 하는 사람이 같은 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 또 모든 구성원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친화적 근무환경을 만들고 싶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작지만 강한, 강소신문을 만들 것이다.”

대담=김성후 편집국장직대 kshoo@journalist.or.kr
정리·사진=김희영 기자 hyki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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