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순' 돌려놓기, 디테일한 싸움은 시작됐다"
권오훈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당선자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 입력
2013.12.18 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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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훈 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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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투사보다는 지략가에 가까웠다. 2002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9대 집행부 선거에서 파격적인 세대교체를 이끌고 이후 언론노조 정책국장, 한국PD연합회 편집주간, 새노조 초대 정책실장 등을 지내며 그는 늘 막후에서 진실과 정의를 가리고 싸움을 기획하는 일을 맡아왔다. 그런 그가 KBS에 입사한 지 18년 만에 처음으로 전선에 나섰다. “네가 필요하다”는 선후배 동료들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지난 6일 끝난 새노조 3대 정·부위원장 선거에서 98.3%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당선된 권오훈 위원장 당선자는 “표의 엄청난 무게를 실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다. 그가 위원장으로 선출된 지 나흘 만에 KBS 이사회는 여당 이사들 단독으로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했다. 사측은 축배를 올렸지만, 여론은 냉랭하다 못해 적대적이다. “누구나 똑같이 내는 수신료를 찬성하는 사람 몇 명이 모여서 금액을 결정하고 밀어붙임으로써 반대하는 사람들이 수신료 납부를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준 것이다. 이런 식으로 수신료를 내야 하는지 근본적인 회의가 들게 하는 행위다.”
수신료 일방 처리를 반대해왔던 새노조로선 당면한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다. 권 당선자는 “최선은 이사회에서 재의결하는 것”이라며 “다시 합의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이후 방통위나 국회에서도 반드시 합의처리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신료와 함께 공정방송은 여전히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권 당선자는 ‘공정방송이 먼저다’라는 공약 아래 사장 신임평가 실시, 공정방송위원회 정상화, 국장책임제 관철 등을 약속했다. ‘고봉순은 살아있다’는 슬로건은 KBS를 정권의 신임이 아닌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공영방송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황은 언론장악 논란이 한창이던 MB정부 시절에 비해서도 더 녹록치 않다. 때문에 3대 새노조 집행부의 활동은 더욱 치밀해질 수밖에 없다. 선거 이후, 줄곧 그는 다양한 형태의 싸움과 사업들을 고민 중이다. 이를테면 1200명의 조합원들이 9시 뉴스를 모니터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 시정을 요구한다거나, ‘이달의 조합원상’을 만들어 유익한 방송을 만든 제작자를 격려하는 등 “디테일 있는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다.
해직언론인 기금 조성은 공정방송을 위한 연대의 작은 출발이기도 하다. 16명의 해직언론인들이 없었다면, 그 희생은 KBS 구성원들의 몫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마음의 빚을 덜기 위해 조합원 1인당 월 1만원씩 해직언론인을 후원하는 기금 조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권 당선자는 “해직언론인 기금은 언론노조라는 울타리에서 공정방송을 위해 같이 싸웠던 동지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상징적 표현으로, 비록 당장 복직하지 못하더라도 당신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 “기금 자체가 필요 없는 날이 올 때까지, 우리 새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