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기자생활 마침표…이제 큰 짐 덜었다"

지난 2일 퇴임한 파이낸셜뉴스 김성호 전 주필


   
 
  ▲ 파이낸셜뉴스 김성호 전 주필  
 
그는 “큰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라고 했다. 언론계에서만 50여년, 역사의 굴곡을 겪으며 매일을 숨 가쁘게 달려왔기 때문이다.

파이낸셜뉴스 김성호 전 주필은 지난 2일 기자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1964년 5월 동양방송(TBC)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확히 49년6개월 만이다.

TBC에서는 보도국 정경부장과 파리특파원으로 활동했고 1980년 언론통폐합 이후 중앙일보에서 논설위원을 지냈다. 이후 1999년 문화일보 논설위원, 2008년 헤럴드경제 객원논설위원을 거쳐 2009년부터 4년간 파이낸셜뉴스 주필을 맡았다.

김 전 주필의 TBC 동기인 강용식 전 의원과 김우철 전 KBS 보도본부장, 구박 전 KBS 앵커 등은 모두 현역에서 은퇴했다. 한 달에 한번 꾸준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는 동기들은 “유일한 현역이 물러났다”며 농을 건넸다.

치열한 언론계에서 반세기를 살아온 김 전 주필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깊은 회상에 잠겼다. 정치부 초년병 시절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 이철승 전 신민당 당수,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야당 지도자 3명을 곁에서 취재했다. 장기영, 박충훈, 김학렬 전 경제부총리를 연달아 취재하며 1970년대 경제개발의 최일선을 지켜보기도 했다.

현장을 뛰던 그에게 가장 큰 시련이 닥친 건 1980년 겨울 전두환 정권이 단행한 언론통폐합이었다. TBC, 동아방송 등 민간방송이 공영방송 KBS로 통폐합되며 대부분의 기자들은 KBS로 옮겨갔다. 김 전 주필을 포함한 몇몇 기자들은 KBS행을 거부한 끝에 TBC 계열인 중앙일보에 남았다.

“평생을 바치리라 생각했던 방송이 없어졌다는 것, 방송인이 신문인으로 바뀌는 과정… 큰 고통이었죠. 당시에는 완전히 공포 분위기라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었어요. 마지막 날 동료들끼리 대성통곡하고 그랬죠.”

하지만 그는 “글쟁이가 된 것이 처음엔 힘에 부쳤지만 나중엔 보람이 됐다”고 했다. 논설위원으로서 초기에 축적한 지식, 공부량은 지금 봐도 놀라울 정도란다. 또 1994년부터 4년 동안 중앙일보에 연재한 ‘김성호의 세상보기’는 풍자칼럼의 지평을 열기도 했다. 그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연재되던 아트 부크월드의 풍자칼럼에서 영감을 받아 특유의 익살과 해학으로 사회 현안에 일침을 가했다. 이후 김 전 주필은 문화일보에서 ‘오후여담’ 창설을 주도했고 헤럴드경제와 파이낸셜뉴스에서 주로 경제 전문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앞으로의 50년을 꾸려나갈 후배들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가끔 석양주 한 잔 하면서 데스크랑 기자들이 대화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논설위원들 후배들에게는 ‘기계적 중립을 경계하고 언제나 논점을 분명히 하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일단 휴식”이라고 했다. 등산도 자주 하고, 서재에 터져나갈 듯 쌓인 책들도 하나하나 정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이다.

“딸들은 아빠가 50년 동안 일한 게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하지만 난 애들한테 미안해요. 그동안 눈비비면 회사 나가고 밤늦게 들어오다 보니 같이 보낼 시간이 별로 없었거든요. 미국 사는 둘째 딸도 보러가고, 여행도 다닐 생각입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