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차 기자의 도전 "검증된 팩트·이성적 논리의 시사토크 만들 것"
'이슈 인사이드' 앵커로 나선 최영범 SBS 논설위원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13.10.16 15: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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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범 SBS 논설위원 (사진=S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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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기자생활 30년을 맞는 최영범 SBS 논설위원은 ‘스트레이트’한 삶을 살아왔다. 처음 기자 명함을 새겼던 동아일보 6년간은 사회부, 국내 최초 민영방송의 개국멤버로 합류한 SBS에서의 23년간은 거의 정치부 한 우물만 팠다. 앵커나 특파원 할 복도 없이 연수 갈 궁리할 새도 없이, 대선 네 번을 치르며 줄곧 후배들과 현장만 뛰다 보도국장까지 짊어졌다. 굳이 꼽자면 지상파 DMB 선정 때 정책팀장을 지낸 게 외도라면 외도인 그에게 올 가을 색다른 기회가 왔다.
지상파 방송이 처음 시도하는 낮 시간대 라이브 시사토크 프로그램 ‘이슈 인사이드’. 갓 진수식을 마친 이 함정의 선장, 단독 앵커로 나선 것이다. “신문기자는 경륜을 쌓고 자기 기명칼럼 하나 쓸 수 있다면 큰 보람이죠. 그런 게 방송기자에게는 자기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일 겁니다. 기자 생활을 마무리할 시점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의미있는 일을 맡게 돼서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어요.”
수요일은 이슈와 인물진단, 목요일은 쟁점 토론으로 진행되는 ‘이슈 인사이드’는 지난 10일 첫 방송을 탔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신없는 여야의 원내대표를 생방송 스튜디오에 불러냈는데 배경음악이 각자의 ‘18번’이라는 ‘사랑은 아무나 하나’(최경환 대표) ‘아빠의 청춘’(전병헌 대표)이다. 하지만 뒤 따르는 질문은 깐깐하고 밀도가 있어 출연자들이 영 편한 기색이 아니다. SNS 빅데이터 분석에 모바일 여론조사가 제시되더니 “당신이 야당이라면?” “당신이 여당이라면?”이라며 ‘역지사지’의 정신을 가지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는다. 앞으론 이렇게 매주 수, 목요일 오후 점심 식사가 소화될 즈음 시청자들의 공복을 채워주는 이슈 당사자들의 속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슈 인사이드’는 검증된 사실을 바탕으로 이성적 논리가 오가는 공론장을 지향합니다. 하지만 형식은 유연하게, 지적에는 열린자세로, 신선한 장치는 다양하게 갖춰볼 생각입니다.”
주변에서는 낮시간대 시청률을 흡수하고 있는 종편의 시사토크 프로그램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최 위원은 “뉴스 소비 형태 변화에 따라 시청자께 좀더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라며 “종편이 경쟁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근거는 ‘지상파 방송의 책무’다. 자극적인 호소가 아닌 정도를 걷는 시사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정 정파가 아니라 시청자 전체를 바라보겠다는 원칙이다.
“지상파의 영향력이 퇴조했지만 시청자들은 방송을 통해 1차적 지식을 얻습니다. 최초의 입력이 잘못되면 여론이 왜곡되고 나아가면 우리 공동체가 바람직한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장애가 되죠. 지상파 방송이 수행해야 하는 공익적 기능에 충실한 방송을 만드는 게 지상파 종사자의 책무입니다.”
그는 “시청률에 목을 매는 시사토크를 지향했다면 29년간 저널리스트의 길을 걸은 나 이외의 적임자가 많았을 것”이라며 “앵커는 발언 순서나 정해주는 ‘사회자’로 그쳐서는 안되지만 일방의 입장이나 주장을 강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의 전화기는 쉬지 않았다. 이번주 방송에 나올 출연자의 섭외가 한창인 것 같았다. 누구인지 귀띔해달라는 부탁에 최 위원은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까지 노력해서 ‘이슈 인사이드’에 걸맞는 중량감 있는 분을 모셔야죠.” ‘엠바고’는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3시에 해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