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옛 적준용역) 철거범죄 2차 보고서

제276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 / 한겨레21 이문영 기자


   
 
  ▲ 한겨레21 이문영 기자  
 
몇 차례 기사를 쓰는 동안 여러 사람이 진담 반 농담 반으로 걱정했습니다. “밤길 조심하라”는 말부터 “얼굴 가리고 다니라”는 말까지 다양했습니다. 수사기관에선 “그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으니 몸조심 하라”며 겁도 줬습니다. 철거업계 1위 다원이 떨쳐온 ‘악명’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998년 12개 시민사회단체는 ‘다원건설(옛 적준용역) 철거범죄 보고서’를 펴낸 바 있습니다. 국내 재개발 및 철거현장을 살인과 방화, 폭력, 성폭행 등으로 물들였던 철거용역업체 ‘적준’과 그 후신 ‘다원건설’의 사법처리를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일개 철거업체를 대상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검찰에 고발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다원의 폭력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는 뜻이었습니다. 적준 시절부터 이어진 다원 폭력은 생존권을 지키려는 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으며 한국 사회·경제 발전의 속살을 꿰뚫는 한 상징으로 기록돼 왔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습니다.

지난 7월12일 수원지방검찰청은 ‘철거용역업계 대부 운영의 OO그룹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합니다. 1998년 보고서로부터 15년의 세월이 흐른 뒤, 우리 관심권에서 멀어졌던 다원은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15년 전 보고서에서 적준 사주의 대리인이자 다원의 20대 젊은 바지사장으로 등장했던 이금열씨는 회장이란 직함을 사용하며 철거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대부’가 돼 있었습니다.

용산참사 이후 개발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시민사회단체들과 15년 만에 ‘다원 범죄 2차 보고서’ 작성을 추진했습니다. 철거를 주력으로 하던 이금열 회장이 건설로 사업을 넓히던 2004년은 한국 사회 부동산 시장에 ‘광풍’이 불던 시기입니다. 주요 기업들이 땅 장사로 덩치를 키우며 자신들의 제국을 키워갈 때 그 제국의 손발 노릇을 하며 생존 기반을 닦은 다원이 스스로 제국이 되고자 사업을 확장하면서 1차 보고서 때 이상의 피해자들이 발생했습니다. 다원의 ‘창안’과 ‘발명’으로 철거범죄는 물리력을 동원하는 폭력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와 함께 변화하고 옷을 바꿔 입으며 진화해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원 계열사가 검찰이 밝힌 13개사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다원 성장을 비호하며 뒷배경이 돼 준 ‘권력의 그림자들’도 목도했습니다. 첫 기사가 나간 뒤 곳곳에서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다원 때문에 눈물 흘리고 상처받은 서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었습니다. 다원 비리 사건은 아직 실체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철거는 누군가의 삶을 허물어뜨리며 자신의 성을 쌓는 행위입니다. 한국 사회 ‘을’들의 삶을 허물며 쌓아올린 제국과 그 제국으로 진입하려 누군가의 터전의 파괴했던 다원 범죄는 우리가 아프게 돌아봐야 하는 ‘고도성장의 뒷면’입니다.

격려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빛의 그늘’로부터 눈길을 거두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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