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전두환 압수수색' 오랜 준비와 노력 돋보인 '수작'

제27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부산일보 ‘소년범들에게 희망을’ 교정시스템 문제 지적·해결책 모색 ‘호평’

제275회 이달의 기자상에선 취재보도 2부문(문화·체육·레저·과학·환경, 국제, 영자신문)에 세 작품이 출품돼 그중 2건이 수상했다. 그동안 1부문(정치·사회)에 비해 2부문은 출품작과 수상작이 희귀할 정도였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2부문은 주로 전문분야로 구성됐다. 정치, 사회 일반분야에 비해 사회적 의미와 파장이 크고 뜨거운 소재를 찾기 쉽지 않다. 국제분야의 경우는 외교·안보상의 기밀성 때문에 취재가 어렵고 외신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2부문에서 이달의 기자상 신청작이 적은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혹시 2부문 분야 전문기자들이 지레 짐작으로 기자상의 영예에 도전조차 해보지 않는 것은 아닌가? 앞으로 2부문에서도 1부문처럼 기자상 경쟁이 뜨겁게 벌어져 이달의 기자상이 우리 기자들의 전문화와 국제화에 기여하는 결과가 됐으면 한다.

이번에 2부문에서 수상한 연합뉴스의 ‘한국, 미국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제안’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외교·안보분야에서 오랜만에 나온 수작”이라는 일치된 평가를 내렸다. 전작권 전환 자체에 반대하는 일부 보수층의 여론을 배경으로 전환시기를 2015년으로 1차 연장한 데 이어 가능한 뒤로 미루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기는 했다. 그러나 이것이 드러나지 않게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을 미국 국방장관의 입을 통해 처음으로 밝혀냄으로써 그 타당성을 점검하고 밀실에서 결정되는 것을 방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과 인터뷰를 성사시킨 끈질긴 노력도 돋보였다.

역시 2부문 수상작인 CBS의 ‘이명박 정부의 미군기지 환경주권 포기’는 수년전 산발적으로 제기되다가 ‘죽은’ 이슈인 미군기지 오염문제를 끈질기게 추적, 종합적으로 다룸으로써 이 문제를 다시 공론의 장으로 되살린 점 때문에 전작권 기사와 함께 최고점을 받았다. 미군기지의 발암 위험을 담은 하야리아 기지에 대한 ‘위해성 평가 결과 보고서’를 입수, 분석하는 과정에 공이 많이 든 점도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 1부문 출품작 7편 가운데 TV조선의 ‘전두환 압수수색 등 전두환 추징금 보도’는 오랜 준비와 노력이 돋보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길목을 지켜 건져낸 히트작이라는 호평을 받아 수상작이 됐다. 특히 제작 지휘부가 속보 자막의 유혹을 떨쳐내고 ‘만전의 준비’를 통해 전두환 일가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특보 생중계한 판단력과 배짱이 놀랍다는 평도 있었다.

역시 1부문 수상작인 CBS의 ‘비밀문건으로 들통난 4대강 대국민 사기극’은 오랫동안 묻혔을 수도 있는 정부기관의 비공개 자료를 어렵게 구해 대운하 은폐 시도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관련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4대강 살리기를 구실로 내세웠으나 실상은 포기했다던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에 대해 ‘정치감사’라는 여당의 정치공세로 빚어졌던 논란 국면을 일거에 전환시키는 구실을 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선 조선일보의 ‘60년 악습, 깜깜이 예산 편성’ 연속보도가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로 관행처럼 묵인돼 온 중앙정부 예산편성 과정의 악습과 편법, 낭비 사례들을 파헤친 점이 높이 평가받아 수상작이 됐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작인 SBS의 ‘당신의 비밀이 거래되고 있다’는 기업들의 중고 하드디스크 처분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 문제를 충격적인 사례 제시와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독자들에게 제대로 인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선 11건이 출품됐으나 예비심사에서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하는 원칙 때문에 아쉽게도 모두 본선 진출이 무산됐다. 그러나 지역기획 신문·통신부문에서 광역의원 공약의 이행 실태를 다룬 경기일보의 ‘사라진 1천500개의 약속’과 부산일보의 ‘소년범에게 희망을’두 기사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경기일보 수상작에 대해 광역의원 공약의 실효성은 애초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광역의원 공약의 분석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1천500개에 이르는 공약을 꼼꼼하게 점검해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완결성이 높이 평가됐다. 부산일보 수상작의 소재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18세 소년원 출신의 단순 변사체 사건으로 간과했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자는 평소 통행이 없는 곳에서 일어난 뺑소니 사망 사건에 의문을 품고 파고 든 끝에 소년범 교정시스템의 문제들을 드러내고 관계기관들의 해결책 모색까지 이끌어낸 기사로 발전시켰다. 그 ‘촉’과 성의에 심사위원들이 높은 점수를 줬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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