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들에게 희망을

제275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신문 / 부산일보 송지연 기자


   
 
  ▲ 부산일보 송지연 기자  
 
18살 현재의 꿈은 미용사였다. 특수 강도로 소년원에서 2년 보호처분을 받았지만 사회로 나가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현재는 소년원생 중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소년범에 속했다.

그런 현재가 소년원에서 나온 지 1년도 채 안되어 도로 위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여자 친구가 보고 싶어 보호관찰 주거지에서 무단이탈했고, 친구와 술을 마시다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진 것이었다. 현재의 죽음은 표면적으로는 개인의 잘못 때문이었다. 범죄를 저지른 것도, 보호관찰 주거지를 벗어난 것도 현재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개인의 비극은 언제나 사회의 부조리와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
경찰서를 출입하면서 많이 접한 사건이 청소년들의 오토바이 절도였다. 초범은 거의 없고 대부분 재범이었다. 범죄 청소년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던 터라 현재의 죽음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현재의 죽음을 계기로 소년범의 교정 시스템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법에 규정된 보호시설이 없어 판사들이 판결을 내리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은 소년범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이 단적으로 드러난 대목이었다.

범죄 초기 단계의 소년범에게 대안 가정을 제공하는 ‘사법형 그룹홈’은 그나마 소년범 관리의 유의미한 대안이었다. 위탁가정에서 만난 아이들은 여느 청소년과 다를 바 없었다. 한 아이는 “몰려다니면 주민들이 무서워해서 되도록 혼자 다니려고 한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리고 싶은 아이들의 노력을, 예산이 부족하고 관할 부서가 불분명하다는 논리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작은 기회를 주는 노력마저 외면한다면, 이들의 성인범으로 자랐을 때 사회도 공범자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기사를 계기로 소년범의 치유와 자립에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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