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비밀이 거래되고 있다
제275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 / SBS 정명원 기자
SBS 정명원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8.28 14: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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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정명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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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개인정보, 기업정보가 담긴 디지털 저장장치가 국내외에서 몰래 거래되고 있다.”
취재를 시작하고 나니 예상보다 심각한 실태에 어떻게 이걸 다뤄야 하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하드디스크, 스마트 폰 등 중요한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디지털 장치들은 우리가 삭제했다고 생각한 조치로는 삭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담긴 정보들은 쉽게 복원돼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용산상가를 돌아다니면서 중고 하드디스크 속 데이터가 삭제된 채 거래되는 지를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데이터가 복원이 안 되도록 삭제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물건의 질도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하지 않고 판매를 한다고 했습니다. 확인을 위해 중고 하드디스크를 구입,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에 복원을 의뢰해 봤더니 믿기 힘든 결과들이 쏟아졌습니다. 22개 가운데 15개의 하드디스크가 복원됐고 이 가운데는 7만개가 넘는 정보가 복원된 것도 있었습니다.
하드디스크에서 복원된 문건을 만든 기업들은 꽤 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공통된 점은 모두 폐기업자들에게 하드디스크를 폐기처리하도록 용역을 줬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돈의 문제였습니다. 기업들은 중고 PC를 처리할 때 입찰을 통해 비싼 가격을 부르는 쪽에 물건을 넘깁니다. 물건을 산 쪽에서는 돈을 주고 샀는데 고철 값만 받으면 수지가 맞지 않으니 중고 하드디스크를 한 개에 1만~2만원을 받고 파는 겁니다. 데이터를 완전 삭제하면 할수록 제품의 질은 떨어지게 되니까 몇 개만 삭제하는 시늉을 내고 나머지는 안 보이는 곳에서 빼돌려 처리합니다.
보도가 나가고 난 뒤 가장 많이 들었던 반응은 “무섭다”는 것이었습니다. 달리 보면 그만큼 심각성을 몰랐다는 뜻일 겁니다. 개인정보가 곳곳에서 저장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이번 보도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취재했습니다. 이 상을 받고 보니 어느 정도는 취재를 한 목적을 이룬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