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악습, 깜깜이 예산 편성

제275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 / 조선일보 금원섭 기자


   
 
  ▲ 조선일보 금원섭 기자  
 
우리나라 한 해 국가예산은 350조원이 넘습니다. 정부가 예산 편성을 잘못하면 혈세가 낭비되거나 국민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세금을 낼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135조원을 마련해야 하니 역대 어느 정부보다 예산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5년 뒤 나라 곳간은 텅비고 빚만 잔뜩 남을 수 있습니다.

‘60년 악습, 깜깜이 예산 편성’ 시리즈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와 감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예산정책처 등 어느 곳을 두드려봐도 “자료가 없다” “잘 모르겠다”라는 말 뿐이었습니다. 전문가들에게도 물어봤지만 “예산 편성이라는게 기재부 예산실에서 아무도 모르게 ‘깜깜이’로 하는 건데 취재가 되겠나”라는 얘기만 나왔습니다.

“아무도 취재 못했고 전문가도 따로 없다고? 그럼 우리가 해보자!” 전방위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예산 편성의 문제점을 짚어줄 수 있는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만났습니다. 예산 편성 관련 국내외 전문 서적과 연구 보고서도 섭렵했습니다. 머리 속에 밑그림이 그려졌고, 예산편성 과정의 구조적 문제점, 부실 편성과 낭비 사례 등이 하나 하나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고비가 있었습니다. 과거 예산 편성의 문제점은 제법 파악됐지만 이제 막 시작된 2014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겁니다.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달라붙은 덕분일까요. 그동안 촘촘하게 깔아뒀던 취재망에 핵심 4개 부처의 예산안 요구서가 걸려든 겁니다. 금요일 오후 입수한 자료를 주말 동안 쉬지 않고 분석한 끝에 월요일자 1면 톱 스트레이트를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정부 수립 이후 60년 넘게 국민과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받지 않고 정부가 ‘깜깜이’로 운영해 온 예산 편성의 문제점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처음으로 보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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