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제안
제275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2 / 연합뉴스 이치동 특파원
연합뉴스 이치동 특파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8.28 14: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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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이치동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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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15분, 질문은 정전협정 기념일 관련으로 제한, 사진과 동영상 촬영 금지.”
펜타곤이 헤이글 국방장관과의 단독 인터뷰를 주선하면서 내건 조건들은 까다로웠다. 어떻게든 인터뷰만 성사시키면 될 줄 알았는데,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었다.
인터뷰를 성사시켰다는 보고에 회사의 기대는 매우 컸다. 개인적으로도 미국 정부 최고위 인사를 만나 의례적인 얘기만 듣고 올 수도 있다는 중압감에 시달렸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마음을 열면 상대가 입을 열지 않겠는가?’
옛날 앨범을 뒤져 17년 전 미군들과 함께 일할 때의 사진 몇 장을 찾았다. 상대의 마음을 열 만한 훌륭한 소재거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질문은 사실상 딱 하나 ‘전작권 이양 문제’만 준비했다.
정치인 출신인 헤이글 장관은 필자가 내민 사진을 보고 ‘흐뭇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우연히 전해 들은 헤이글 장관의 부인 얘기가 전광석화처럼 뇌리를 스쳤다. 헤이글 장관에게 외국 대사관 부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그의 아내 얘기를 넌지시 꺼냈다. 그는 더욱 긴장을 풀고 뭐든지 물어보라고 하며, 사진 촬영도 흔쾌히 허락했다.
올해 60주년을 맞은 정전협정에 관한 간단한 질문을 던지고, 전작권 전환 문제로 이어갔다. 질문이 끝나자마자 “한국 정부가 전작권 전환 시기 연기를 요청했다”는 귀를 의심케 하는 답변이 나왔다. 발언을 거듭 확인하고 들뜬 마음으로 펜타곤을 나섰는데 미국 국방부 측에서 전작권 문제는 기사화하지 말 것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회사는 주저 없이 기사화를 결정했고, 며칠간 미국 국방부 측과 옥신각신하는 사이 청와대, 국방부, 외교부 출입기자들이 추가 취재에 나섰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처음엔 모두 금시초문이라며 극구 부인했지만 몇 곳에서 확인이 됐다. 정부가 공개적으로는 이양 준비 작업에 차질이 없다고 밝혔지만, 밑으로는 미국 측과 재연기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양국 당국자들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