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문건으로 들통난 4대강 대국민 사기극

제275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CBS 권민철 기자


   
 
  ▲ CBS 권민철 기자  
 
재작년 6월로 기억된다. 한창 진행되고 있던 4대강 사업을 점검하는 길에 경북 상주시 중동면 오상리의 야산에 올랐다. 200미터 아래에 펼쳐진 아름다운 낙동강의 풍경과 마주한 나는 문득 강이란 시간이 만들어낸 예술품,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저기 저 강의 모습은 인류가 이곳에 출현하기 전부터 저 모습 저대로 아름다웠을 것이다.

강의 북쪽 풍광에 심취해 있던 내 시선이 강의 남쪽에 다다르자 어울리지 않는 인공 구조물이 물살을 막고 있었다. 바로 낙동강 상주보였다. 태어난지 4년밖에 안 된 이명박 정권이 자연의 도도한 흐름에 거슬러 만든 거대한 상주보는 마치 바벨탑과도 같은 위용을 하고 있었다. ‘미쳤다’는 말로 밖에는 설명이 안되는 속도로 뚝딱뚝딱 세워진 바벨탑으로 인해 수 만 년간 낙동강 한켠을 지켜왔을 그 모래톱과 습지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흐려지던 그 산상에서의 단상이 다시 내 뇌리에 자리를 튼 건 내가 출입처인 환경부를 떠난 지 1년만이던 올 7월. 감사원이 세 번째 4대강 감사 결과를 내놓은 직후였다. 이른바 낙동강의 ‘녹조 라떼’가 엄습하던 즈음 발표된 감사 결과를 접한 나의 첫 느낌은 ‘결국 올 것이 왔다’ 이런 것이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는 감사 결과는 엉뚱한 정치공세에 맥없이 주저 앉혀졌다. 바로 감사원이 정치 감사를 했다는 주홍글씨 때문이었다.

우리의 이번 보도는 이 주홍글씨에 묻힌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렇게 상을 준 것은 우리사회에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이른바 ‘물타기’ 공세의 못된 버릇을 퇴치한 공로를 인정받은 덕분이라고 짐작한다. ‘4대강 살리기’라는 허울 속에 숨은 대운하사업의 실체를 세상에 알린 건 감사원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열혈 감사관들의 열정이 큰 몫을 했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 4대강 감사 정국 속에서 쓰디쓴 좌절감을 맛봤을 그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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