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하복의 폐쇄적 구조, 무력감 컸다"
KBS 떠나 '뉴스타파' 새 둥지 튼 김경래 기자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 입력
2013.08.14 15: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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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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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료했다.”
지난달 31일자로 KBS에 사표를 던지고 나온 김경래 기자의 첫 마디였다. 아마도 수십 번은 들었을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2001년 KBS 공채27기로 입사해 ‘미디어 포커스’팀, 네트워크부, 경제부 등을 거친 김 기자는 이달 중순부터 ‘뉴스타파’로 출근한다. 선배인 김용진, 최경영 기자에 이어 세 번째다.
그는 언젠가부터 KBS에서 뉴스를 만드는 게 너무 재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정치적 상황 탓도 있지만 천편일률적인 데일리뉴스가 소모적이고 피곤했다. 그러면서도 ‘시청률·영향력 1위’라는 그래프에 흡족해 하는 ‘그들’을 보면 답이 나오지 않았다. 지쳐갈 때쯤, 뉴스타파가 보였다. “어라? 저런 것도 가능하네?”
지난 5~6년간 그는 KBS 안에서 수없이 한계와 벽에 부딪혔다. 문제의 근원은 조직에 있었다. “좋은 후배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사람들은 점점 좋아지는데 조직은 점점 망가지는 희한한 상황이 계속 됐다.”
조직 문제의 핵심은 인사였다. 그는 “팀장 이상이 되면 자신의 의견은 없고 조직의 결정을 시행하는 사람이 되더라”고 말했다.
“국장의 오더가 내려오면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아이템이라도 팀장은 감히 토를 못단다. 이런 구조에선 자연히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선후배 간의 의사소통은 꽉 막히고 보직 책임자와 기자들은 점점 분리됐다. “소수의 사람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폐쇄적 구조”가 고착화 돼갔다. 일선 취재기자들이 뉴스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었다. 그는 “5~6년 전까지만 해도 위에서 아이템 오더가 내려오더라도 제작진이 의견을 전달하면 어느 정도 반영시키는 분위기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지금 그게 가능할까? 씨알도 안 먹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아래서도 재미있게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해 새노조 파업 중 ‘리셋 KBS 뉴스9’를 제작했을 때다. 당시 그가 제작 총괄한 ‘리셋 뉴스’는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 특종으로 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월급이 없어도 자기 의사와 취재 결과가 뉴스에 정확히 반영되는 경험을 하면서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그런 꿈같은 일들이 실제 현장에서도 가능한 날이 올까. 그는 “KBS에 훌륭한 기자들이 정말 많다”며 “변곡점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