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원짜리 엉터리 하수관로 지하 대해부

제274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KBS전주 김진희 기자


   
 
  ▲ KBS전주 김진희 기자  
 
맨 처음 취재가 시작된 건 한 시민의 제보 덕분이었습니다. 지난 4년간 민간자본 7백억원이 투입된 군산시의 하수관 BTL 정비사업 현장 곳곳에서 악취가 나고, 비가 오면 온갖 오물이 역류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군산시와 시민단체가 전체 114km 하수관 가운데 1% 가량인 1.2km, 10개 구간을 표본 조사한 내시경 카메라 CCTV 영상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이 구간에서 발견된 파손, 침하, 오접합 등 불량 매설된 지점이 무려 80곳이나 됐습니다.

전국의 5년, 10년 된 하수관도 이렇게 깨지고, 내려앉고, 지하수가 줄줄 새 들어오는 부실시공 모습은 보지 못했다는 전문가의 말을 토대로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준공도면 등 준공검사 서류 일체와 컨소시엄 참가 업체, 감리업체 명단 등 관련 서류를 정보공개 청구해 건축 전문가와 정밀 분석했습니다.

수밀시험 등 모든 검사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은 하수관의 모습, 감리단의 준공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와 시민단체의 합동조사가 시작됐고 부실시공 사실은 조사가 끝나는 날까지 끊임없이 발견됐습니다.

준공도면을 들고 찾아간 곳에 하수관 맨홀이 없어 풀리지 않았던 의문점, 결국 부실시공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공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미시공 구간은 무려 3.69km에 달했고 맨홀도 90여 개가 없었습니다. 내부 기본 구조물인 사다리조차 90% 이상이 없거나 덜 설치한, 말 그대로 ‘엉터리 하수관’이었습니다.

보도가 나가고 환경부는 2005년부터 BTL 방식으로 진행된 전국의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오는 2016년부터는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하수관 점검을 강화하는 제도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지금도 전국 땅속에 매설되고 있을 국가기반시설 하수관이 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비리의 고리가 완전히 끊어지기 힘들거란 걸 알지만, 그렇게 되는 과정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감시의 고삐 늦추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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