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춤추는 통계 연속보도
제274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 / 한겨레 노현웅 기자
한겨레 노현웅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7.31 15: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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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노현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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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도 인용했지만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합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정책 판단과 사회 인식의 가장 유용한 수단인 통계가 권력의 움직임에 따라 얼마든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문구입니다. 사실 통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언론 전반에 퍼져 있었습니다. 언론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양극화에 허탈해 하는 서민들의 일상을 접하고 전달해 왔습니다.
그러나 통계청은 해마다 좋아지는 ‘지니계수’를 발표해 왔습니다. OECD 국가들 가운데 상위권 수준이라는 그 ‘숫자’ 앞에 의심을 품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를 정면으로 논박할 재간이 없었습니다. 국가통계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사회적 자산이었고, ‘전문성의 성채’로 둘러싸인 통계의 세계에 어설픈 의혹의 칼날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겨레는 이를 정면으로 논박해 보기로 했습니다. 통계청 내부의 목소리를 듣고, 국회를 통해 자료를 축적했습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통계의 허와 실을 물었습니다. 그 결과 ‘숫자’의 허망함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0.307(가처분 소득 기준)로 OECD 국가들 가운데 중위권 이상이었던 지니계수는 0.357로 재조정됐습니다. 모집단 설계에 따라 얼마든 깨질 수 있는 ‘신화’였다는 사실이 입증됐습니다. 노동·경제·복지·농업 통계의 미비함도 파고들었습니다. 현실과 괴리된 ‘숫자’들이 어떤 정책적 오류로 되돌아오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언론과 시민의 감시와 비판은 햇볕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햇볕이 들지 않는 응달에서 부정과 부패, 부조리가 독버섯처럼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권력에 춤추는 통계’ 기획은 국가통계의 생산과 관리, 공표 시스템을 햇볕 아래로 끌어낸 기사였다고 생각합니다. 통계(statistics)라는 단어는 국가(state)와 수학(mathematics)이라는 의미가 결합돼 만들어진 단어라고 합니다. 국가 정책과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근원적인 숫자들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숫자들이 더 이상 응달에 방치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감시하고 비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