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그룹 10년 간의 불공정

제274회 이달의 기자상 경제보도 / 국민일보 이성규 기자


   
 
  ▲ 국민일보 이성규 기자  
 
‘공정거래의 적(敵)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고 싶었다. 경제민주화의 피해자임을 자처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실상은 경제민주화란 화두를 꺼내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물증’으로 입증하고 싶었다.

지난 3월말 경제부 정책팀을 중심으로 취재팀이 꾸려졌다. 취재팀은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서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분석기간은 진보와 보수 정권이 교차했던 2003~2012년으로 잡았다.

취재팀은 20대 그룹 관련 의결서 669건을 행위 유형별, 리니언시 여부, 자연인 처벌 여부 등으로 상세히 분석했다. 법인뿐 아니라 불공정 행위로 제재를 받은 자연인들의 판결문을 입수했고, 이들의 처벌 이후 행적도 추적했다. 여기에 무소속 송호창 의원실을 통해 공정위로부터 ‘기업 행정소송 제기 현황’ 등 보충 자료를 추가로 입수했다. 이렇게 검증·공개된 수만 페이지에 이르는 자료를 통해 20대 그룹의 불공정 행위 행태를 심층 분석할 수 있었다.

기사가 나간 6월 중순은 일감몰아주기 법안에 대한 재계 반발 등 경제민주화 논란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대기업들은 경제민주화의 피해자인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3일 연속 ‘1톱3박’ 본보 시리즈로 대기업의 맨얼굴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기사 내용에 대한 대기업들의 반응은 글로벌 기업답지 못하고 ‘재벌스러웠다’. 의결서에 명백히 범죄행위가 적시됐음에도 “소송 중이기 때문에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공정위가 과장된 표현을 썼다” 등의 해명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지금도 경제민주화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경제민주화가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지만 이 바람을 타고 대기업들이 지난 10년간의 불공정 전력을 거울삼아 ‘전과자’ 인생에서 벗어나길 기대해본다.

지금은 옆 부서로 갔지만 취재팀장으로 시리즈 전체 틀을 조율해 준 김찬희 선배와 밤샘 단순 노동에 동원돼 고생한 국민일보 22기 후배들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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