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은닉 비자금 추적

제274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시사저널 이승욱 기자


   
 
  ▲ 시사저널 이승욱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은 늘 ‘쿠데타’ 동지이자, 친구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검찰과 두 전직 대통령이 벌이는 ‘추징금 환수 전쟁’에서도 노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보다 비난의 눈길을 피해 한발 물러서 있는 듯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은 231억원. 1672억원을 미납한 전 전 대통령보다는 훨씬 적은 액수다. 당연히 여론의 관심이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자금으로 더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에 집중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문제는 단순히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1997년 내란죄와 뇌물죄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추징금 완납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리고 남아 있는 추징금의 많고 적음과는 상관없이, 그들이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샅샅이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역사의 정의이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가 갈 길은 멀다. 중요한 것은 두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환수하는 데만 멈춰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전직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불법적으로 획득한 비자금은 모두 찾아내야 한다. 비자금을 환수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그 다음의 이야기다. 언론이든 검찰이든 다시 신발 끈을 매야 할 때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숨을 고르고,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린 장기 취재의 성과가 나왔기에 그 과실은 더 달콤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숨은 재산을 찾는 기자의 노력이 역사의 정의를 바로세우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장기 취재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데스크의 채찍질과 격려였다. 감명국 정치팀장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기자가 노태우 일가의 비자금에 ‘미쳐’ 있는 동안 지면을 채워 준 동료들과도 수상의 영광을 나누고 싶다.

무엇보다 나의 아내와 딸, 부모님, 그리고 가족. 기자를 천직으로 생각하며 여기까지 온 것도 가족의 든든한 신뢰와 후원 덕분이었다. 사랑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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