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과 정파 떠나 공정·공평한 관점 최우선"
조호연 경향신문 편집국장
강진아 기자 saintsei@journalist.or.kr | 입력
2013.07.31 1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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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호연 경향신문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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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보(虎視牛步). 호랑이처럼 날카롭게 보고 소처럼 신중하게 행동한다. 당장의 급진적인 실험보다는 경향신문의 본질을 추구하며 점진적으로 나아가겠다.”
지난달 21일 취임한 경향신문 조호연 편집국장은 “막중한 자리인 만큼 고독한 결단의 순간이 많다”며 “매순간 긴장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28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 편집국에서 만난 조 국장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충실한 신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정한 이념과 정파, 진영을 떠나 공정하고 공평한 관점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유일한 충성대상은 시민”이며 “정파와 자본으로부터 독립해야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진보에서만 우뚝 서는 게 아닌 진보와 보수 모두가 인정하고 존경하는 언론이 돼야 한다.”
경향신문의 최우선 과제로는 “권위 있는 언론”으로의 발전을 꼽았다. 언론학자 등 많은 이들이 경향신문에 높은 신뢰를 보내지만 아직 부족하다. 외국 대표 권위지 수준의 신뢰를 받기 위해선 치우치지 않는 객관성과 공정성, 현장에서의 정확한 사실 등이 더욱더 요구된다.
그는 편집국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발전을 선호했다. 1998년 한화로부터 독립한 이후 진보언론으로 혁신을 꾀한 경향신문으로서 그동안의 지향점을 계승·발전시킨다는 입장이다. 축적된 성과를 토대로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공공의 자산이 됐다”며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경향 구성원들의 노력과 독자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취임하자마자 단행한 몇 가지 변화도 눈에 띈다. 경향이 꾸준히 진행해온 온라인 콘텐츠 강화를 현실화하고 있다. 이른바 ‘투게더’ 전략이다. 온·오프라인 독자 모두의 요구에 부응하는 콘텐츠로 독자층의 외연을 넓힌다는 목표다.
‘시민 편집인 제도’ 도입으로 지면 개편의 첫 신호탄도 쐈다. 사회에디터였던 지난 2008년 당시 조 국장이 1년간 지면에 경향 내부 옴부즈만 1호로 활동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지면 비판과 개선의 목적도 있지만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독자 소통’이다.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내외 필진을 발굴한 오피니언 면이 변화를 주도하리란 전망이다.
편집국 내부 소통도 중요한 과제다. “소통은 경향신문의 가장 큰 무기이자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조 국장은 민주적인 편집국 운영과 동료애를 높이는 사내 문화도 약속했다.
조 국장은 앞으로 ‘디테일’을 살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지난 몇년간 비정규직, 민주주의 등 전 사회적인 거대담론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삶의 문제도 함께 다루겠다는 계획이다.
“거창한 것들은 작은 것들의 총합이다. 섬세한 접근으로 시민들이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소소한 일들과 관련한 새로운 의제를 만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