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부활, 소통과 신뢰 회복부터 시작하겠다"

조일수 신임 KBS 기자협회장


   
 
  ▲ 조일수 KBS 기자협회장  
 
조일수 기자가 제36대 KBS 기자협회장에 취임했다. 조 기자는 지난 8~10일 치러진 기자협회장 선거에서 94.5%의 찬성률로 당선돼 1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조 신임 회장은 1995년 KBS 공채 22기로 입사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보도제작국 등을 두루 거친 중견급 기자다. “KBS가 평온한 시절이었다면 후배들의 몫이었을” 기자협회장직을 선뜻 받아든 것은 그가 기자생활을 하며 가졌던 부채감과 책임의식 때문이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이념적으로 휘둘리는 데서 느낀 자괴감”도 그를 움직였다. 그는 “지금의 KBS를 만든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1년 안에 모든 문제를 상쇄하긴 어렵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의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는 소통의 회복이다. 일선 기자들과 간부들의 오랜 갈등과 반목, 세대를 가르는 보이지 않는 장벽. 선거운동을 하면서 느낀 기자사회 내부의 괴리감은 그에게 무겁게 다가왔다.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는 뉴스 제작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조 회장은 “현재 KBS 보도본부의 의사소통 방식은 뉴스 공급자 위주”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해 얘기하고 위기감을 느끼고는 있지만, 실제 제작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일선 기자들과 외부의 판단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9시 뉴스가 추구하는 심층화, 다양화 시도도 현장에서 기자들의 적극적인 공감과 참여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상응하는 지원 없이 고혈을 짜내는 구조 탓이다. 조 회장은 “추구하는 방향성은 맞다”면서 “다만 KBS가 기존에 갖고 있던 매체 영향력이나 취재력을 유지하고 기자 처우나 노동 강도, 근무 여건을 개선시키면서 변화를 지향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을 내주며 표현만 바꾸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심층화 추세에 맞춰 인력 수급과 조직 구조 변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진정한 뉴스 심층화는 요원하다”며 “리포트 수를 줄이고 취재에 집중하는 시스템, 취재와 제작을 분리하는 의미와 그에 따른 기자들의 역할 변화를 얼마나 체질화, 내면화 하고 있는지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모든 것은 “소통과 신뢰의 문제”로 연결된다. 선배 기자들은 얘기를 하지 않고, 후배들은 “얘기해봐야 소용없다”며 지레 발을 뺀다. “모두 각자의 소통 방식으로만 얘기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원하는 소통 방식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다. 연차, 세대에 맞는 다양한 소통 방식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생각과 소통의 단절이 계속 되는 한, KBS를 떠나는 동료들의 행렬을 멈출 수 없다. 당장 희망을 발견하기는 힘들겠지만 변화의 긍정적인 신호는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물론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는 “회원들 각자가 지금 있는 자리에서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 내 역할이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더라도 자신의 본분을 자각하고 뭔가를 하지 않으면 기자 생활 동안 도태될 수밖에 없다. 숨죽이고 있거나 움츠러들지 말고 조직의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기자 개인의 노력이 뭉쳐질 때 KBS 기자 사회의 정체성은 큰 힘과 역할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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