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80개국 500개 도시 여행…취재수첩만 100개"

조성하 동아일보 여행전문기자


   
 
  ▲ 동아일보 조성하 기자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는 말처럼 인쇄매체에서 형식은 내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동아일보 조성하 여행전문기자(부국장급)는 인문, 역사, 지리학이 녹아있는 지금 신문의 여행섹션형태를 도입한 최초의 기자로 불린다.

1989년 여행자율화 조치 이후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당시 동아일보는 여행면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여행 그거 뭐 아무나 갔다 와서 쓰면 되지”라는 인식이 팽배할 무렵, 자동차 지붕에 스키를 실을 수 있는 루프박스를 달고 다닌 조 기자를 눈 여겨 본 선배 최명호 기자가 당시 이현락 편집국장에게 여행기자로 추천했다.

‘보안사 민간인 사찰’(1990년 10월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등으로 사회부 기자로 차츰 명성을 쌓던 그에게 국장의 제안은 고뇌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전문화가 될까’ ‘다음 국장도 인정해줄까’ 주변의 선후배들은 13년차 기자인 그를 뜯어말렸다. “30년 후에도 현장에서 일하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아무나 못 하는 일로 만들자.”

여행섹션 ‘동아마당’은 1991년 5월, 그렇게 첫 선을 보였다. 백과사전에서 정보를 얻고, 관광청에 들러 사진을 한 장씩 구해다 실으며 혼자 3면을 꾸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취재열은 커져갔다. 1000만원이 넘는 카메라를 직접 구매해 사진을 찍었고, 틈틈이 영어공부도 했다.

80여개국 500여 도시를 돌며 켜켜이 쌓인 18년의 세월동안 100권의 수첩을 남겼고, 벽마다 3겹의 책장을 두르게 할 만큼 자료가 빼곡하게 자리했다. 각 나라 정부로부터 문화훈장(프랑스), 관광대상(일본·태국), 국무총리상과 지난 4일 관광언론인상(한국)을 받은 것은 노력의 결정체다.

이런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그는 늘 “목숨은 내 것이 아니다”라며 하늘에 겸손해한다. 여행 취재 차 간 하와이에서 6.8 강진을 맞기도, 호주에선 악어에 위협에 시달린 적도, 2006년 제주 서귀포 모슬포 항 배 침몰사건 당시 탑승 배를 놓쳐 사고를 피하는 등 아찔한 순간의 연속이다.

그런 그에게 최근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를 묻자 금세 눈시울이 불거졌다. “영어 ‘투어’(여행)의 뜻은 ‘동그랗다’입니다. 원을 그리면 선이 제자리로 돌아오듯 여행은 나를 기다리는 가족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가는 것이죠. 그 꽃다운 중국 아이들이 가족들에게 못 돌아간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원성윤 기자 socool@journalist.or.kr
        한형직 기자 hj@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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