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국정원 정치공작 문건'· YTN '탈북 청소년 추방' 사회 이슈 주도 호평

제273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보도 “두드러진 특종 성과 내지 못했다” 아쉬움

제27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56편이 출품됐다. 매회 출품작이 늘고 있다. 이는 사건사고가 쉼없이 발생하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더불어 기자들의 특종에 대한 열정이 살아 있음을 잘 보여준다. 권력을 감시하고 시민들의 삶에 기여할 특종을 쫓는 헌신성으로 밤을 새우고 있는 일선 기자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 심사위원들 역시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좋은 특종’을 선정하기 위해 심사 내내 매 작품마다 냉혹하다고 할 정도로 치열한 토론과 반박, 재반박을 통해 불편부당한 특종작품을 신중하게 선정하고 있음을 다시 알린다.

취재보도1 부문에 출품된 한겨레신문 사회부의 ‘국정원 정치공작 문건 연속보도’와 YTN 정치부의 ‘한국행 희망 탈북 청소년 9명 라오스에서 추방’은 끈질기고 집요한 취재정신과 사회 이슈를 주도한 의제설정 능력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겨레의 국정원 보도는 흠을 잡기 힘들 정도로 현안을 완벽하게 다룬 취재기자의 집요하고 끈질긴 기자정신이 돋보였으며, 1건만 해도 세상이 뒤집어질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연속보도로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YTN의 라오스 추방 보도는 야근 중 제보받은 내용을 집요하게 추적해 중요한 외교 현안의 의미를 살렸고, 특히 관공서가 문을 닫은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정부부처에 대한 취재를 끈질기게 함으로써 이 사안을 대하는 정부 대처의 문제점과 외교 역량을 잘 비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2 부문에 출품된 SBS 보도제작부의 ‘현장21 ‘가짜 베스트셀러’ 등 출판계 사재기 연속보도’는 주제가 흔히 알려진 평이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4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적해 성과를 낳은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홍보성 기사가 많은 문화 분야에서 기자정신을 담은 비판적 시각의 기사를 내놓았다는 호평도 받았다. 정치·경제·사회 부문과 달리 특종 수상이 쉽지않은 문화·체육·레저·과학·환경, 국제, 영자신문 보도의 특종취재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신설한 취재보도2 부문에서 첫 수상이라는 점에서 또다른 의미가 있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 출품된 KBS 탐사보도팀의 ‘추적 60분-19대 국회 땅 보고서’와 MBC 시사제작2부의 ‘의문의 형집행정지’ 모두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회 땅 보도는 그동안 국회의원 개별로 다뤄진 땅 문제를 집단적으로 다루면서 막연히 인식하던 내용을 공을 들여 취재한 점이 평가됐으나 메시지가 약하다는 단점도 지적됐다. 형집행정지 보도는 다른 언론에게도 제보가 갔지만 MBC가 적극적이고 끈질긴 취재로 사안의 본질을 잘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체적인 후속보도로 구조적 문제점을 파헤쳤다면 더 의미있고 풍부한 취재가 됐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지적됐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 출품된 경인일보의 ‘용인 CU편의점주 자살 및 CU측 사망진단서 변조’와 JTV전주방송의 ‘노예 장애인…그 후’는 모두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CU 보도는 묻힐뻔 한 기사가 기자정신으로 발굴됐으며, 유족에 대한 입막음에 나선 CU측의 행태를 파헤쳐 끈질기게 취재해 보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노예장애인 보도는 기사 보도 후 후속조치에 대한 점검과 추적보도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 특종으로, 지나간 사건을 점검하는 기자들의 노력 필요성을 실감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상황을 구조적으로 파헤치는 한편 행정력의 현황을 짚어보고 각 분야의 착취구조를 드러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제기됐다.

제272회 이달의 기자상 후보작으로 제출됐던 이투데이 ‘어나니머스 핵심멤버 “한국해커들 주도로 30여명이 해킹”’ 기사는 특이한 취재기법으로 사건을 다룬 점은 이채로웠지만, 과연 보도를 통해 어떤 사회적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등 본심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아쉬움이 지적되면서 재심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 언론사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의혹’ 관련 기사를 후보작으로 제출한 것과 관련, 첫 보도를 한 경인일보나 CBS, 중앙일보 기사 모두 사건 보도에 대한 일정한 기여를 했지만, 독자적으로 기자상을 주기에 두드러진 특종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로 수상이 무산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세 편 모두 예심 심사 커트라인(10점 만점에 8점 이상)을 넘지 못한채 7점대 후반의 점수를 얻는데 그쳤고, 심사위원들의 토론 평가에서도 격론에도 불구하고 수상작을 선정하는 데 실패했다.

경인일보의 경우 가장 빠른 보도를 했지만 윤 전 대변인이 사건의 당사자임을 적시하지 못했고 후속보도도 미약했던 점이 지적됐다. CBS의 경우는 사실 확인 등에 충실한 점은 평가받았지만 속보에서 뒤진 데다 윤 전 대변인을 적시하지 못한채 청와대 고위관계자로만 처리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중앙일보의 경우 상황을 추적한 취재과정은 호평을 받았으나 역시 속보에서 뒤진 데다 다른 언론들도 시시각각으로 팩트를 추가해 보도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좋은 취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세 언론사에 아쉬움과 격려를 전한다.

또 크라우드 소싱기법으로 전두환 재산 환수에 도전한 한겨레신문, APT 관리비를 집중 조명한 조선일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아들 성적조작 의혹에 대한 KBS의 기사가 모두 호평을 받았으나 아쉽게도 수상권에는 미치지 못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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