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장애인…그 후
제273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JTV전주방송 하원호 기자
JTV전주방송 하원호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7.03 15: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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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V전주방송 하원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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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전 ‘무슨 무슨 노예’로 포털 검색어 1위에 올랐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수십 년 세월 임금 한 푼 받지 못한 채 강제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개밥만도 못한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축사에서 지친 몸을 뉘였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이들을 사람들은 ‘사람’으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의 사연이 소개됐고, 국민적인 분노가 일었습니다. 가해자는 처벌을 받았고, 이들은 장애인 시설로 옮겨졌습니다. ‘무슨 무슨 노예’로 불렀던 이들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습니다.
그런데 지난 봄, 이 장애인 시설에서 일했던 종사자가 믿기 힘든 얘기를 털어놨습니다. 이곳에서도 장애인들이 부당 노동에 시달리고, 심지어 장애인들이 보상금으로 받아 온 돈마저 가로챘다는 것이었습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이 장애인 시설의 운영자는 지역에서도 명망이 높았습니다. 무엇보다 철저한 사실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먼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장애인을 만났습니다. ‘수상한 면회’를 눈치 챈 병원에서 시설에 알렸고, 시설 운영자의 회유와 협박이 시작됐습니다. 제보자는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없다며 취재진의 전화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강제 노동이 이뤄졌다는 밭과 개 사육장, 박스접기 작업장 등을 파고들었습니다. 장애인들이 오가는 길목에서 부당 노동이 이뤄졌다는 인터뷰도 확보했습니다. 차곡차곡 팩트가 쌓이면서 탈출 장애인이 다시 부당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는 보도가 전파를 탔습니다.
결국 첫 보도가 나간 지 열 하루 만에 시설이 폐쇄됐고, 장애인 30명은 다른 시설로 옮겨졌습니다. 이례적으로 부부가 동시에 구속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부디 새 시설로 옮긴 장애인들이 두 번 다시 같은 아픔을 겪지 않길 바랍니다. 또 그렇게 되도록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큰 용기로 진실을 밝혀준 제보자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주신 성지호 보도국장과 전주방송 보도국 식구들, 늦은 귀가에도 불평 한마디 없었던 아내, 사랑하는 아들 단우와 서준이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