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1 '가짜 베스트셀러' 등 출판계 사재기
제273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2 / SBS 이대욱 기자
SBS 이대욱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7.03 15:01:40
|
 |
|
|
|
▲ SBS 이대욱 기자 |
|
|
홍대 건너편에 위치한 연남동, 망원동, 동교동 일대는 수많은 출판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파주 출판단지에 대형 출판사들이 위치해 있다면 홍대는 주로 중소형 출판사들이 밀집해 있다.
홍대에 거주한 지 1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언제부턴가 출판인들과 자리를 함께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출판시장은 점점 작아지고 있지만 좋은 책을 만들겠다는 사명감과 지식과 상식을 전하는 최후의 보루에 서 있는 비장함…. 그런 그들과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술자리는 항상 알맞게 잘 익는다.
‘가짜 베스트셀러’ 아이템은 그런 술자리에서 생겨났다. 그들의 입에서 사재기가 튀어나왔고, 조소와 자책이 함께 새어 나왔다. 참 오래된 이야기였고, 누구나 다 짐작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고, 결국 출판계 공멸이라는 절벽이 다가올 참이었다.
증거가 필요했고, 그 술자리에서 만들어진 믿음과 동질감을 바탕으로 4대 온라인 서점의 매출 목록을 얻을 수 있었다. 자료분석 끝에 나온 사재기 책들 가운데 뜻밖의 책이 나왔다. 황석영 작가의 여울물소리….
‘왜 황석영 작가의 책을 사재기 했을까’라는 의문도 가졌지만, 그만큼 사재기가 일반화 됐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사재기가 의심되는 대량 반복구매자들을 확인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 다녔다.
황석영 작가와 접촉한 건 방송을 나흘 앞두고였다. 첫 반응은 물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확보한 증거자료와 취재 내용을 설명했지만 믿지 않았다. 황석영 작가는 출판사 측에 줄기차게 확인했고 출판사측은 줄기차게 부인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결국 방송 전날 모든 자료를 들고 찾아가 취재 내용을 설명했다. “이 정도 취재 하셨으면…. 사재기가 진짜인가 보네요”라며 긴 한 숨을 내쉬었다.
방송이 나가고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출판계나 정부에선 사재기 근절을 위한 대책을 아직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질병을 고치는 게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좋은 책을 만들어 그 책의 가치만으로 인정받으려 하는 출판인들이 더 좌절하지 않도록, 그리고 독자들이 ‘진짜 베스트셀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방안이 서둘러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