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희망 탈북 청소년 9명 라오스에서 추방

제273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YTN 김지선 기자


   
 
  ▲ YTN 김지선 기자  
 
취재는 깊은 밤 절박함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화에서 시작됐다. 탈북 청소년 9명이 중국을 거쳐 라오스까지 오는 데 성공했지만 라오스 정부에 의해 강제 추방됐다는 내용이었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오른 탈주의 길 끝에서 이들을 맞이한 것은 대한민국 대사관이 아닌 북한 보위부 요원들이었다. 정부는 북한 측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라오스 당국이 탈북 청소년들을 한국이 아닌 북한에 넘겨줬다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럴 수도 있다. 이례적으로 불심 검문에 걸렸고, 유례없이 북한 당국의 레이더에 포착됐고, 그 결과 라오스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데 성공한 수많은 탈북자 가운데 처음으로(우리 정부의 말에 따르면) 강제 추방돼 한국행을 눈앞에 두고 북으로 압송됐으니 말이다. 아니 애초에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하필 북한 땅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운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들의 운명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이름 없이 죽어가는 북한 어린이들과 달리 이들은 선교사 부부를 만나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됐고 ‘감히’ 자유도 꿈꿀 수 있게 됐고, 걸리면 죽는다는 탈북도 거의 성공할 뻔했다. 생각해 보면 이들은 오히려 운이 좋았다. 그 좋은 운을 누군가에 의해 빼앗긴 것이다. 그리고 취재 결과 ‘그 누군가’는 잘못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채 현장 방문, 접견 한번 하지 않은 주라오스 대한민국 대사관, 이들이 강제 추방될 때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북한에 물 먹고 부랴부랴 뒤늦게 이들의 행방 추적에 나선 우리 정부, 여기에 그동안 탈북자 문제에 너무도 무관심했던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북한의 주민들도 우리 대한민국이 누리는 그런 자유 또 행복 그런 것들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인터뷰에서 밝힌 통일의 당위성이다. 고비용 저효율, 경제적 불균형, 이념적 차이, 난민 등 엄청난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통일을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그들’에게서 찾은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런 세상을 꿈꾸며 내민 9명의 손을 눈앞에서 놓쳐 버린 정부. 그저 지독하게 운이 없었을 뿐이라는 변명이 궁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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