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처럼 공부하며 쓴 강력 범죄의 산 기록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 펴낸 유영규 서울신문 기자


   
 
  ▲ 서울신문 유영규 기자  
 
지난 2011년 서울신문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법과학 리포트 ‘범죄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가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이란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수년간 굵직한 사건 현장을 누빈 13년차 베테랑 기자가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자, 일선 형사들의 자문, 치밀한 수사기록 분석을 바탕으로 쓴 과학수사 이야기다. 연재 당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인터넷 상에서 누적 조회 수 4000만 건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책은 마치 추리소설을 보는 것처럼 술술 읽힌다. 택시 바퀴에 튄 흙탕물을 토양 감정해 범인을 밝혀내고, 정교한 DNA 검출 기법으로 ‘씨 없는 발바리’를 검거해내는 과정들을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덕이다.

유영규 기자는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기 위해 시신 사진과 사건 기록들을 늘 품고 다녔다. 법의학자나 일선 경찰들은 종종 그의 질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시리즈 한 편, 한 편 고3때처럼 공부하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독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지만, 그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그가 기록한 사례들이 ‘CSI’ 속 에피소드가 아닌, 실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인 까닭이다. 그가 책에서 “이 책의 목적은 범죄와 그로 말미암은 죽음을 단순히 흥밋거리로 삼고자 함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가 가장 우려한 것은 이 리포트가 범죄와 과학수사에 관한 것인 동시에 피해자에 대한 기록이라는 점이었다. “혹시 유족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빼야 하는 부분은 과감히 뺐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해 쓰러지기도 했다.

책을 받아들고 보니 아쉬움도 든다. 그는 취재를 하면서 미제사건에 대한 기록들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유 기자는 “해답노트보다 중요한 건 오답노트”라고 강조했다. “다들 잘 한 것에 대해서만 쓰고 잘못한 것은 말하지 않는다. 지휘체계나 책임자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만들기 쉽지 않겠지만, 검찰이든 경찰이든 오답노트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가 한창 잔혹한 범행 자료에 심취해 있을 때, 그의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그 아이가 태어나 세 살이 되었지만, ‘아빠의 첫 책’을 딸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게 못내 아쉽다. 그는 “딸을 위해서라도 세상이 좀 더 안전해졌으면 좋겠다”면서 “다시 기회가 된다면 이런 살벌한 책 말고 딸을 무릎에 앉혀놓고 읽어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