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역습? 한강·임진강 정체불명 '끈벌레' 대량서식 국내 최초 확인
제272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중부일보 김만구 기자
중부일보 김만구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6.05 14: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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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일보 김만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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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에서 ‘희열’로, 다시 ‘열정’에서 ‘걱정’으로 뒤바뀐 한 달이었다.
4월24일. 그저 막막했다. ‘끈벌레’라 불리는 유형동물이 한강 하류 경기도 구간(고양 행주대교 인근)에서 대량서식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생전 처음 접하는데다 끈벌레가 어떤 동물인지도 몰랐던 터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했다.
4월25일. 특종을 잡았다는 생각에 희열을 느꼈다. 사실관계 확인 중 고양시가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수산과학원에 조사를 의뢰했다는 정보를 추가로 확인했다. 조사결과에는 끈벌레가 유형동물이라는 것 외에 어떤 종(種)인지조차 분류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현장 취재팀은 이날 어민들의 배를 타고 동행 취재에 나섰다. 현장에서는 그물을 들어 올릴 때마다 상당량의 끈벌레가 포획됐다. 이 같은 내용과 어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1보를 내보냈다.
4월26일. 열정적으로 임했다. 후배들과 함께 역할을 분담해 경기도와 지자체, 정부, 학계를 집중 취재했다. 한강뿐만 아니라 임진강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뱀장어 치어 잡이 어민들을 수소문했다. 그 결과 임진강 민간인통제구역 안에서도 끈벌레가 대량 포획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5월1일. 열정은 걱정으로 바뀌었다. 정부는 현재 유전자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1차 유전자 분석에서는 신종 끈벌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국내외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종(種)으로 판명 날 경우 세계 생물사전에 신종 출연을 등재할 수 있는 과학적 성과는 물론, 끈벌레 연구를 통한 유무형의 부가가치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걱정이 앞섰다. 환경오염에 따른 생태계 파괴가 이뤄진 건 아닌지 우려됐다. 자연재앙의 전초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엄습했다.
끈벌레 대량서식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이를 계기로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고 복원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