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 계획
제272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광주일보 이종행 기자
광주일보 이종행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6.05 14: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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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일보 이종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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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지난달 24일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사무실을 찾았다. 5·18 민중항쟁 33주년 기념행사 취재를 위해서였다. 해마다 5월이 다가오면 5월 관련단체를 찾는 것은 지역 언론사의 일상적인 ‘루틴 체크’다. 올해 33주년 기념식의 최대 화두는 사실상 5·18 추모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였다.
33주년 기념식과 관련 유족회원과 대화를 나누던 중 국가보훈처 직원 2명이 며칠 전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를 놓고 얘기를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매년 제창 여부가 논란이 됐던 만큼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지만 국가보훈처 직원의 방문 목적을 알아보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로 국가보훈처와 전화 통화를 해 “정해진 게 없다”는 말만 들었다.
취재진은 국가보훈처가 이 과정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대체할 5·18 추모곡 공모예산으로 4800만원을 책정한 사실을 알게 됐다. 선정된 새로운 추모곡은 올 기념식에서 불리게 될 예정이었다.
정부가 이미 지난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퇴출’시키기 위한 예산을 편성한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이번 33주년 기념식에는 제창은커녕, 합창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획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정부의 예산 편성은 이번이 처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에 대한 정부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취재진은 ‘보훈처, 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 계획’을 제목으로 첫 보도 이후 전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자 연속 보도를 이어갔다.
국가보훈처는 관련 공모사업을 잠정 보류한 뒤 33주년 기념식 이후 공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일보 보도가 없었다면 자칫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대신할 5·18 대체 추모곡 공모를 진행함으로써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 아픔을 줬을지 모른다. 특히 이번 보도를 통해 5·18 민중항쟁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를 계기로 5월 정신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