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와 벌

제272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 / 한겨레21 정은주 기자


   
 
  ▲ 한겨레21 정은주 기자  
 
한겨레21 연재기획 ‘무죄와 벌’에서 단독 보도한 ‘보령 삼남매의 살인 허위 자백 사건’은 지난 2009년 2월 처음 알았다. 초등학교 1학년, 5학년생은 경찰 조사에서 “큰언니(누나)가 작은언니(누나)와 말다툼을 하다 밀어 넘어뜨렸고 작은언니가 사망했다. 뒤늦게 귀가한 엄마가 작은언니의 사체를 차에 싣고 나가 버렸다”고 진술했다.

동생들에 의해 범인으로 지목된 큰언니도 “엄마가 실종됐다고 신고한 여동생을 사실 내가 죽였다”고 자백한다. 하지만 엄마는 혐의를 부인해 사체를 찾지 못했다. 열흘이 지나 죽었다는 작은언니가 살아 돌아오면서 ‘살인 사건’은 ‘허위 자백 사건’으로 뒤바뀐다. 당시엔 비보도를 전제로 법률가에게 들은 데다 사건 수사기록을 입수할 방법이 없었다.

4년간 마음에 묻었던 이야기를 풀어낼 기회가 찾아왔다. 법심리학을 연구해오던 취재원(김상준 서울고법 부장판사)이 한국의 첫 오판 보고서(540건)로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했다(논문 ‘무죄판결과 법관의 사실인정에 관한 연구’). 1995년부터 2012년까지 1심 유죄-2심 무죄 사건을 전수 조사해 분석하는 양적 연구였다.

앞서 1년 전, 현직 경찰(이기수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이 쓴 저서 ‘허위자백의 이론과 실재’에 나온 사건 등까지 수백 건을 추적해 오판의 원인을 밝히는 6회 기획을 지난 3월부터 연재했다.
특히 다섯 번째 이야기 ‘좁고도 좁은 재심의 길’은 기존 논문들도 빗겨간 대법원 ‘유죄 확정 오판’으로 한겨레21이 발굴했다. 목격자로 조사를 받다가 ‘강간치사’ 범인으로 둔갑한 30대는 징역 15년을 받고 10년째 감옥에 갇혀 있다.

새로운 마음을 품어본다. 인권단체, 변호사들과 손잡고 유죄 오판을 바로잡을 실질적인 방법을 찾는 ‘무죄와 벌 2’다. 미국의 ‘결백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도 1980년대에 그렇게 만들어져 지난 5월 현재 306명의 무고한 피고인을 감옥에서 풀어냈다고 한다. 그중 18명이 사형수였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