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 승무원 폭행 파문

제272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YTN 한연희 기자


   
 
  ▲ YTN 한연희 기자  
 
우연하게 들은 황당한 얘기 하나. 비행 중인 항공기 안에서 승무원이 맞았다. 그것도 비즈니스석에 탄 대기업 상무에게. 폭행 이유는 더 가관이었다. 끓여온 라면이 마음에 안 들었다는 이유였다. 애당초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취재. 고상하고 높게만 느껴졌던 대기업 임원의 행패는 어이없게도 모두 사실이었다. 심지어 해당 임원은 이 일로 미국 입국까지 거부당했다. 모범이 되기는커녕 국가 망신만 시키고 한국으로 되돌아온 대기업 임원의 이야기에 분노를 느꼈다.

기사가 나던 날은 토요일이었다. 쉬는 날이었지만 기사에는 순식간에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 예상보다 반응은 더 뜨거웠고, 네티즌들의 정보력은 놀라웠다. 차마 기사에 쓸 수 없었던 내용부터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까지 빠른 시간에 정보가 공유됐고, 심지어 기내 보고서까지 나돌았다.

기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발생한 폭력. 그 위험성에 대한 자각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기업의 사과와 해당 임원의 해임. 기내 폭행을 실질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률까지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감정노동자’ 들의 열악한 처우를 다시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직장 내 갑을관계 속에 상사 막말을 견디지 못하고 분신 기도한 공무원부터 밀어내기 논란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남양유업, 썩은 술까지 팔아넘기며 대리점주들의 손실은 나 몰라라 하는 배상면주가까지.
회사에는 관련 사실을 고발하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불평등한 관계 속에 상처 받고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는지 차마 알지 못했다.

평소 무심코 써 왔던 ‘갑을’이라는 단어처럼 그들의 일방적인 상하 관계를 너무나 당연시 여기며 그동안 ‘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작은 기사 하나에 사회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더더욱 기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이 상은 우리들 대다수인 ‘을’을 외면하지 말고 지금의 마음을 잊지 말라는 의미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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