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경제자유구역 MOU 실적 조작
제27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KBS춘천 박상용 기자
KBS춘천 박상용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5.01 14: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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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춘천 박상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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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한 산업시설이 제대로 없는 강원도의 산업 경제 지표는 언제나 전국 최하위권이다. 강원도는 이런 현실을 늘 바꾸고 싶어 했고 ‘경제자유구역 유치’라는 돌파구를 찾아냈다. 많은 외국기업을 강원도로 유치해 동해안의 산업 지도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며 도민들에게 홍보해왔다. 이 다짐은 투자 의향 ‘128개 기업 MOU 체결’이라는 수치로 구체화됐다.
“진짜 올까?” 취재는 상식적인 의문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강원도는 처음부터 제대로 된 실적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의문은 의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번 아이템은 자신과의 인내심 싸움이었다.
시간을 쪼개가며 했던 취재라 진도는 쉽게 나가지 못했다. 지역에서 전 세계에 퍼진 기업들의 상세 정보를 확인하고 MOU 체결 여부까지 확인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작지만 의미 있는 팩트를 모아가며 난관을 극복해 나갔다.
일본 기업들이 취재 요청을 계속 거부했을 때는 취재를 포기하고 싶었다. 막상 그 고비를 넘겨보니 보도자료 뒤에 감춰졌던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원도라는 행정기관이 부풀리기를 넘어 실적을 조작했던 것이다. 많게는 3백억 원 이상 투자하겠다고 했던 업체들은 실제 투자 능력이 떨어지거나 의지가 전혀 없었고, 심지어 강원도를 투자 대상지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기업 유치 실적의 상당수는 강원도 마음대로 그려낸 허상이었다. 이렇게 모래성에 쌓은 실적을 토대로 강원도는 경제자유구역을 유치했고 각종 경제유발효과가 14조원으로 예측된다며 장밋빛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미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법적 책임 없는 MOU라지만 이는 강원도 행정의 ‘신뢰’ 문제였다. 양해각서 MOU제도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치적을 부풀리며 여론을 손쉽게 왜곡하는 홍보 수단이자 정부 정책까지도 오판하게 만들 수 있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행정기관 입장에선 MOU 실적으로 크게 홍보하다가 논란이 생기면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빠져나갈 수 있는 ‘꽃놀이패’였던 것이다.
상당수 정부 정책의 평가 지표 중 하나가 ‘MOU 실적’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였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강원도청 내부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나올 만큼 MOU 홍보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포함해 앞으로 제도 개선 논의를 지켜보겠다. 이제 전담 기구가 출범한 경제자유구역이 제대로 추진되는지도 꼼꼼히 점검하겠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신뢰를 보내주셨던 곽재훈 보도국장과 보도국 선후배께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 차세대 무역업계 기둥 이 과장과 취재 과정에 큰 힘이 돼주셨던 조화행 선생님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제 아내 수미, 그리고 7개월 전 찾아온 큰 선물, 선우와도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