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불공정 계약
제271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 / 경향신문 박순봉 기자
경향신문 박순봉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5.01 14: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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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박순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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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편의점 운영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느 대학 홍보실 직원, 편의점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둔 학교 후배 등으로부터였다. “편의점 운영이 그렇게 힘든가?” 배부른 소리는 아닐까 생각했다.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업종’, ‘ 깔끔하고 운영이 쉽다’, ‘큰돈은 벌지 못하지만 안정적이다’…평소 편의점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다.
“편의점이 힘들다면 너무 많은 편의점이 문제인걸까?” 처음엔 과도한 경쟁 정도의 문제를 생각했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취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 젊은 점주가 거제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다가 편의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제보를 들었다. 편의점에서 사람이 죽다니. 상식과는 크게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단순히 과다경쟁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 있을까. 편의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고 다른 방향의 취재가 이어졌다.
50명 이상의 편의점주와 만나거나 전화 통화했다. 취재를 할수록 본사와의 불공정한 계약 관계가 드러났다. 시작은 편의점 본사 간 과다경쟁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이익을 챙기려는 본사가 점주들을 착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졌다. ‘근접 출점’ ‘정보공개서 미제공’ ‘예상매출 허위과장 광고’ ‘과다한 계약해지 위약금’ ‘24시간 강제영업’ ‘과다한 미송금 위약금’ 등 다양한 문제점이 보였다. 만나본 점주들은 “제발 그만두고 싶다. 하지만 계약해지도 위약금 때문에 쉽지 않다”고 했다.
편의점 가맹점주와 본사와의 불공정한 관계를 개선하는데 기사가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제도의 청년 편의점주 자살 건은 내러티브 방식으로 기사를 썼다. 사람들을 울리고, 감정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였는지 반응이 나타났다.
이후 편의점의 불공정 계약을 고발하는 기사를 9편정도 썼다. 가장 최근에 썼던 부산 광안대교에서 3번째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편의점주의 자살은 부산지역의 한 편의점주가 취재에 큰 도움을 줬다. 단순 생활고로 묻힐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다.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점주들이 있기에 사회가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을 받게 되니 부끄럽고 죄송한 생각도 든다.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맹거래법 개정이 진행 중이지만, 실제 점주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인지는 모르겠다.
아직도 많은 불공정사례 제보가 들어온다. 고통을 호소하는 점주의 e메일을 아직도 받는다. 앞서 다룬 사례를 벗어나지 않기에 더 다루기 어려운 언론의 한계도 느낀다. 하지만 전국편의점주협회가 출범하고, 높아진 편의점 불공정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볼 때 희망을 갖는다. 힘든 상황에서도 어려움을 세상에 알리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점주들께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