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아우르는 유연성으로 신문위기 돌파"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 "열린 자세로 독자들에게 다가서겠다"
원성윤 기자 socool@journalist.or.kr | 입력
2013.03.13 13: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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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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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콘텐츠의 유료화, 신문과 방송의 미디어 융합 뉴스룸 완성. 이 두 가지 과제가 우리 앞에 엄중하게 놓여있다.”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지난달 27일 신임 편집국장으로 취임한 데 대해 “중압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선일보가 종합일간지 가운데 유일하게 유가부수 100만을 넘는 1위(135만부, 2011년 ABC 자료)를 기록하고 있지만, 신문의 쇠락 현상에서 조선일보도 예외일 수는 없다.
강 국장은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온라인을 통한 유료콘텐츠 사업이 성공을 거두고 전체 독자수도 늘어났다”며 “한국 신문도 이런 모델을 모색할 때”라고 설명했다.
강 국장은 신문의 위기를 콘텐츠의 고급화와 지면의 유연성으로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가 취임하며 여론독자부와 특별취재부를 신설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조선일보가 추구하는 보수적 가치는 고수하면서도 진보인사의 글이라도 뛰어나다면 적극적으로 지면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조선일보도 순혈주의와 자기 폐쇄적인 자세로는 품질을 높일 수가 없다. 개방하고 섞지 않으면 도태되고 마는 사례를 숱하게 봐 왔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최고의 기자들이지만 기득권을 내려놓고 열린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 TV조선 ‘뉴스쇼 판’도 지상파 흉내내기가 아니라 하이브리드 신제품이었기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지난 2년간 TV조선 보도본부장을 역임했던 강 국장은 “매일 실시간 시청률 수치와 시청자 반응을 접한 것은 신문 기자로서 일찍이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신문은 독자와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지 못해 수요자 보다는 공급자에게 기운 기사 생산은 아니었나 하는 물음표가 그의 마음속에 생겼다.
이 때문에 강 국장은 특별취재부를 역점에 두고 만들었다. 기존 편집국 부서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취재를 하며 독자들의 수요를 채우는 ‘별동대’ 역할을 할 전망이다. “TV조선에서도 서로 경쟁하는 선순환 구조가 되자 시너지 효과가 나왔다. 조선일보에서도 그런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청어를 잡아먹으며 긴장하게 하는 메기 역할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조선일보 노동 강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3년간 사표를 낸 기자가 29명에 달한 정도로 편집국 기자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해있기 때문이다. 강 국장은 “최근 미디어변혁 시기를 맞다 보니 5~6년 사이에 불가피하게 기자들의 업무강도가 높아졌다”고 일정부분 수긍했다.
“신문 산업 전체가 과거 우리가 누렸던 환경과 달라졌다. 기자들도 일에 대한 열정이 줄어들었는지 반성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선배들 스스로 ‘우리도 다 그랬어’라며 젊은 기자들의 사기를 배려하지 못한 점은 없는지 살펴볼 것이다. 개인의 삶을 너무 희생하는 직장은 오래가지 못한다.”
사기진작을 위해 강 국장은 “국장 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기자가 나오게 하겠다”며 파격적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장, 국장 등 회사의 위계적 질서에 의존한 평가에서 벗어나 기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다각적 평가로 연말 성과급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사내 특종상, 외부언론상, 사회를 바꾼 기획, 편집국 기여도 등이 고려될 전망이다.
끝으로 강 국장은 기자들에 대한 재교육과 재충전을 강조했다. “기자들에게 소규모 공부 모임을 갖게 한다든지, 단기 해외연수 겸 취재를 갖는 기회를 충분히 지원하겠다. 그래서 조선일보가 계속 사회를 선도하고 독자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신문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