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 재고처리와 세제 혜택 수단으로 전락한 푸드뱅크 실태
제269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부산CBS 강민정 기자
부산CBS 강민정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3.03.13 12:57:27
|
 |
|
|
|
▲ 부산CBS 강민정 기자 |
|
|
이번 보도는 취재초기부터 팩트 확인이 쉽지 않아 무턱대고 현장을 돌며 발품을 팔고 수소문할 수밖에 없었다. 푸드뱅크 문제는 관계자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말할 수 없는 비밀’로 꽁꽁 숨겨져 있었다.
부산지역 16개 구·군의 푸드뱅크 담당자와 지자체 공무원들이 대기업의 비양심적 기부행위를 알고 있었음에도 실적을 올리기 위해 또는 기부하는 업체 눈치를 살피느라 서로 쉬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담당자들은 처음에는 유통기한 경과 식품이 기탁되는 일이 전혀 없다고 발뺌을 하다가 취재진이 여러 경로로 확인한 구체적인 내용을 하나하나 따져 물으면 그때서야 마지못해 사실 확인을 해주는 일이 반복됐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보도가 나가기도 전에 문제점이 기사화되면 기부를 끊겠다고 특정 기업들이 푸드뱅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푸드뱅크 담당자들이 취재진을 찾아와 읍소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가장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드뱅크에서 받은 음식을 그대로 먹어야 하는 부산지역 30만 저소득층을 그냥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대기업 실명을 밝히기로 했다. 잘못은 고발하되 기부문화의 위축이나 퇴행을 가져오지 않도록 보도 방향과 내용을 조절해야 하는 어려움은 취재과정보다 더한 고민과 갈등, 자기 검열의 시련을 가져오기도 했다.
단순히 현상만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개선으로 이어질 제안까지 담으려고 노력했다. 실질적으로 취재를 시작한지 한 달도 안 돼 부산시가 사전검수인력 확충을 위한 예산편성을 확대할 예정이고, 사업 15년 만에 처음으로 식품별 배분기한 매뉴얼을 내놓는 결과를 이뤄냈다. 앞으로 푸드뱅크의 대안을 실효성 있게 제시하고, 지속적인 실천 노력을 유도할 책임감이 더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