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특례법 때문에 아기를 버립니다
제269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 / 국민일보 김유나 기자
국민일보 김유나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3.03.13 12: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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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 김유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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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새벽, 기사를 쓴 직후 서울 신림동 주사랑공동체교회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김 기자, 아이 두 명이 또 버려졌어요.” 이 교회는 영아가 길거리에 버려져 목숨을 잃지 않도록 아기를 보관하는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이후 국내외 입양이 법원 허가제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출생신고 서류 제출이 의무화돼 이에 부담을 느낀 부모들이 아기들을 버리게 된 것이다. 당초 기사는 허가제 전환 이후 입양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려 했지만 취재를 거듭할수록 문제가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아기의 출생신고였다. 입양을 가지 못하고 보육원으로 보내지는 아기들의 사연을 접하면서 어른들의 법 때문에 아기들이 버려지는 현장을 보게 됐다.
입양특례법에 관한 기사를 20여건 작성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법이 현실보다 앞서있다는 것이었다. 좋은 취지에서 만들었지만, 사회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물론 아기를 버린 이들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법 때문에 죄 없는 아기들이 버려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조금이나마 바꾸고 싶었다. 관련법의 재개정 움직임이 국회에서 일고 있다니 다행스럽다.
수차례 직접 베이비박스를 찾아 아기를 만났다. 또 버려진 아기가 자라고 있는 보육원도 추적해 다시 만나기도 했다.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도 모른 채 천사 같은 표정으로 곤히 잠들어 있던 아기들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부디 이 아기들이 좋은 양부모를 만나 따뜻한 가정에서 자랄 수 있길 희망한다. ‘아기가 또 버려졌다’는 비보를 더 이상 듣지 않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