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전환·부수 확장으로 서울신문 중흥원년 이루겠다"

[기협 인터뷰] 서울신문 이철휘 사장



   
 
 
서울신문 이철휘 사장은 지난해 7월 임기를 시작했다. 행정고시 합격 이후 줄곧 공직사회에 몸담았고 직전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을 지낸 그가 언론사 사장으로 변신한 지 반년 남짓 지났다. 언론사 경험이 전무한 탓에 임기 시작 전 그를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기대’로 바뀌었다는 게 서울신문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4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 사장실에서 만난 이철휘 사장은 “서울신문의 중흥을 위해 수익구조 다각화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취임한 지 6개월이 조금 넘었다. 사장으로서 처음 접한 신문사라는 조직은 어떤가.
밖에서도 언론계 상황이 힘들다는 건 알았지만 직접 들어와서 보니 그 정도가 더 심하다는 걸 느꼈다. 특히 종이신문의 사정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좋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신문뿐만 아니라 다른 신문들도 마찬가지로 입으로는 ‘위기’를 외치고 있지만 그 위기를 대처해나가려는 강한 몸부림은 없어 보였다. 근본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선임 직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처남이란 이유로 ‘낙하산 인사’ 논란을 겪었다. 또한 언론사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실제로 잘못 알려진 것들이 많았다. 당시엔 일일이 설명을 해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상황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장으로서의 역할을) 몸으로 보여주는 것뿐이었다. 편집방향 등에서 최고경영자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해나가는지 실제로 보여주자고 결심했다.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묵묵히 해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오해가 많이 풀렸으리라 생각한다.

천억원 회사채 발행으로 경영개선 물꼬

-첫 임원회의에서 유동성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뒤 두 달 만에 1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경영개선의 물꼬를 텄다.
경영상황을 보면서 가장 먼저 깨달은 게 적자냐 흑자냐 하는 문제보다 유동성의 문제가 더 급박하다는 것이었다. 유동성이 제한되면 신문사가 활발한 경영활동을 하기 어렵다. 신문사들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오랜 기간 금융기관에서 일하며 깨달은 것을 기반으로 적절한 시기에 좋은 조건으로 큰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니 여러 사업 구상이 가능하게 됐고 직원들도 자신감이 붙었다. 다른 신문사들에도 자극이 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고 본다.

-서울신문의 올해 두 가지 큰 목표가 ‘흑자 전환’과 ‘부수 확장’이라는데.
어려운 과제다. 일시적인 흑자가 아니라 흑자 기조를 구조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수 확장 역시 쉽지않다. 하지만 노력하면 가능하다.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부수는 3% 이상 늘려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결국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리더로서 모든 걸 샅샅이 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그러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계기를 만들어서 그를 통해 리더의 철학을 알려야 한다. 지난해 경영실적 개선도 이 때문에 가능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경영독립’을 강조하고 최근 사업단을 꾸려 신사업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새롭고도 안정적인 신사업 발굴이 중요하다. 과거 신문사들이 추진한 사업이 왜 잘 되지 않았는지 분석해보니 두 가지 이유가 있더라. 언론이 늘 놀던 마당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과 유동성의 문제가 그것이다. 퇴폐사업을 제외하고는 제한 없이 사업 영역을 확대할 생각이다. 다만 서두르진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할지는 아직 밝힐 수 없지만 신문사만이 갖고 있는 정보력, 인력 등을 활용하는 것을 구상 중이다. 시장상황을 봐야겠지만 적어도 상반기 안에 어떤 형태로든 시작할 것이다.

단순 정보전달보다 심층 기획 주력

-종이신문의 위기가 심각한데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위기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고 종이신문의 종말은 의외로 빨리 올 수도 있다. 하지만 회생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번 대선에서 영향력을 드러낸 50~60대층은 아직도 아침에 가장 먼저 신문을 찾는다. 2000만명 정도는 신문 넘기는 낙으로 하루를 연다. 이 사람들이 퇴장하기까지는 아직도 수십년이 남았다. 또한 신문만이 할 수 있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모바일이 따라올 수 없는 건 신문의 공간활용이다. 사진과 기사가 어우러지며 빚어낼 수 있는 ‘신문의 잡지화’가 가야할 길이다. 단순 정보전달 기능에 집중하기보다는 긴 호흡의 기사, 심층기획에 주력해야 한다. 신문만이 할 수 있는 정보전달방식에 집중하면 종이신문의 종말을 늦출 수 있고 새로운 독자를 확보할 수도 있다.



   
 
 
-신문사가 위기극복 방법 중 하나로 방송 진출을 하기도 했다.

신문은 신문이고, 방송은 방송이다. 종합미디어그룹으로서 힘을 갖춘다면 시너지 효과는 나겠지만 기본적으로 신문 자체로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방송은 신문시장보다 승패가 바로 극명하게 드러나 경쟁이 치열하므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방송은 투자하는 것에 비해 성과를 거두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나는 경영자로서 남들이 다 좋다며 몰려가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해내고 싶다.

편집권 독립되면 기자들 자신감 많아져

-편집권 독립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자들의 자신감과 편집국의 활기를 위해서다. 경영자가 간섭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 기자들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활기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좋은 기사가 나온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신문을 만들어주면 고맙지만, 또한 우리 기자들이 그렇게 하리라 믿지만, 좀 더 자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간섭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면의 경쟁력 강화에 대해선 항상 얘기한다. 그 경계를 지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지면의 경쟁력을 올리는 것은 경영자로서의 책무다.

-많은 신문사들이 통합뉴스룸을 고민할 때 서울신문은 온라인뉴스부를 별도의 조직으로 분리했다.
정보 전달의 큰 부분은 온라인이 감당해야 한다. 성장 가능성 있는 부분이어서 온라인 부문이 독자적인 체제에서 마음껏 클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한다. 온라인와 오프라인 뉴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기자 육성도 독자적으로 해야 한다. 온라인 쪽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고 투자도 할 계획이다. 온라인은 온라인대로 콘텐츠를 특성화해야 한다. 모바일 영역 강화 역시 중요하다. 온라인과 모바일 영역 강화에 주력할 것이다.

-사원들과 어떻게 소통하는가. ‘폭탄주의 대가’라는 소문이 있다.
그쪽 세계에선 은퇴했다(웃음). 사실 술이 체질에 안 맞는 스타일인데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다보니 친해졌을 뿐이다. 부서별 만찬을 갖는 등 사원들과 자주 만나려고 한다. 지나가다가 만나면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하지만 사장이 사원들을 너무 자주 불러서 이런저런 말을 건네는 것보다는 필요할 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신문 사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서울신문의 중흥이다. 위상 회복을 뜻한다. 독자들이 찾는 신문이 돼야 한다. 독자는 민감하다. 소비자 전체가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독자는 특히 상상 이상으로 민감하다. 독자들이 신문을 보면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워딩 하나하나, 기사 하나하나에서 다른 신문과 차이가 느껴져야 한다.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게 사진, 레이아웃 등 시각적인 부분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 신문에 인적, 물적 투자를 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선 경영상황이 안정돼야 한다.


진행=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정리=양성희 기자 yang@journalist.or.kr
사진=서울신문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공직사회 경쟁 경험이‘이기는 습관’ 갖게 해”
이철휘 사장은 경제전문가이자 일본전문가다. 행정고시 합격 이후 재무부, 재정경제부에서 공직생활을 했고 아시아개발은행 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을 지냈다. 일본 체류기간이 12년 정도 되는 이 사장은 일본통이다. 일본어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인 부인의 영향도 크다. 일본대사관에서 재경관을 역임했고 현지 금융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이 사장은 그간 걸어온 길이 언론사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공직사회 중 경쟁이 극심한 재무부에 있으면서 ‘이기는 습관’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일본에서 보고 겪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요즘도 일본 신문 2부를 매일 아침 받아보는 이 사장은 “일본에선 신문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다. 일본 신문을 보며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일본의 도쿄신문·주니치신문과 공동으로 ‘2013 한·일 미래의 길을 묻는다’라는 주제로 포럼 개최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공직사회 입문 전 이철휘 사장은 서울대 무역학과 재학 중에 행정고시에 차석으로 합격해 화제가 됐다. 대학교 3학년 말~4학년 초에 응시한 시험인데 덜컥 합격해 본인도 “의외였다”고 회상했다. 경기고 재학시절엔 박시환 전 대법관과 1, 2등 자리를 놓고 경쟁하면서도 가장 친한 친구사이로 지냈다. 생각을 공유하며 늘 붙어다니던 친구였고 지금도 절친한 사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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