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그들만의 자치
제268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방송 / KBS춘천 송승룡 기자
KBS춘천 송승룡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3.02.06 1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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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춘천 송승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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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기자상이라는 건 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작은 사치일 겁니다. 제작진에게도 이번 수상이 말할 수 없이 큰 기쁨입니다. 강원도의 작은 방송국에서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를 얘기할 수 있었고, 그 노력을 인정받아 기쁩니다. 20만 건이 넘는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며 밤을 지새웠던 수많은 날들, 제작비가 부족해 무거운 방송장비를 짊어진 채 전철과 버스를 타고 다녀야했던 스위스 취재, 취재를 거부하며 도망다니거나 거세게 목청을 높이던 지방의원과 그 가족들.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처음 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안팎의 시선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지역 방송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느냐? 전국은 놔두고, 강원도 얘기만 하는 게 어떻겠느냐?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지방 정치인들을 건드리는 방송을 꼭 해야겠느냐? 이런 시각들을 설득하고 실제 취재에 돌입하기까지 한 달이 걸렸습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기획안이 확정되기도 전에 취재부터 시작했습니다. 제작진을 자료수집팀과 현장취재팀으로 나눠 동시에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매일 새벽까지 회의를 하며 자료를 분석하고 다음날 취재 일정을 잡아나갔습니다. 특히 범죄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할 때는 제작진 한명이 하루에 백통 가까운 전화를 걸기도 했습니다. 돈, 인력, 시간 모두 부족했습니다. 자료 조사를 하며 “사람이 딱 한 명만 더 있어도 좀 더 정확한 자료를 모을 수 있을 텐데…”라며 수없이 푸념했습니다. 그렇게 반년을 보내고 방송이 나가는 날, 제작진 5명은 다 같이 울었습니다. 드디어 끝났구나하는 허탈함, 우리가 정말 해냈구나하는 기쁨,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작품을 마치고 나니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더 큽니다. 특히 지방 정치인의 범죄 현황도 작성과 원인 분석은 하나의 실험에 그친 듯한 느낌입니다. 범죄 현황도의 경우 당초 제작진은 광역 지자체 단위가 아닌 기초 지자체 단위의 자료를 만들려했지만 관련 정부 기관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정확한 정보 제공을 거부하면서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범죄 원인 분석도 제한적이었습니다. 현재 중앙 정부가 작성하는 지방 관련 경제지표의 경우 광역 지자체 단위로만 작성되는 자료가 많아 정확한 분석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지방자치 개혁을 위한 작은 출발점을 제공했다고 자부합니다. 지방정치인의 범죄를 단순한 사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된 사회적 원인을 분석하려는 시도를 했고 그 틀을 마련했습니다.
행정구역상 서울도 지방이고, 강원도도 지방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서울은 중앙, 강원도는 지방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방자치란 무엇이고, 지방정치인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앞으로 중앙과 지방정치인들 사이의 불균형한 권력 구조, 국민들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인들의 특권의식과 허위의식, 그렇게 쌓여가는 그들만의 곳간을 더 파헤쳐야 할 겁니다. 그것이 이 시대의 언론인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그들만의 자치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자치가 이뤄질 날을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