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

제268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신문 / 한라일보 고대로 기자


   
 
  ▲ 한라일보 고대로 기자  
 
제주 해안선을 따라 형성돼 있는 제주조간대는 도민들에게 풍요로움을 주던 곳이었다. 오래전 제주도민들은 간조시 조간대에 물이 빠져나가면 이곳에서 보말과 톳, 청각, 미역 등 해산물을 채취해 가난하지만 소박한 밥상에 풍성함을 더했다. 제주해녀들은 이곳에 불턱을 만들어 이용했고 해안에 연대와 환해장성을 구축, 외부로부터 침입을 막았다. 해안 용천수는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까지 귀중한 식수원이었다.

하지만 토목공사식 하천정비와 육상양식장 배출수로 조간대에 서식하는 해양생물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육상개발과 해안도로 개설 등으로 조간대가 파괴되면서 원담 등 제주의 고유한 해양문화유산들이 사라지고 있고 해안 용천수는 메말라가고 있다.

본보 해양탐사대는 지난해 4월부터 육상개발 등으로 인한 조간대 해양생물들의 피해실태를 집중적으로 조사해 용천수와 각종 해양문화유산의 가치를 조명, 보존·관리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도내 지질고생물·해양·조류·문화·용천수 분야, 수중촬영 전문가들이 기획 취지에 공감하며 ‘조간대 탐사’에 기꺼이 동참했다.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40회에 걸친 9개월 동안의 현장탐사는 불가능했다.

이번 탐사를 통해 매년 여름철 집중호우시 아스팔트처럼 잘 정비된 하천과 배수로를 따라 빗물과 토사가 일시에 바다로 유입돼 암반에 부착해 있는 해조류의 서식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을 증명했다. 육상양식장 배출수로 인한 해양생물의 피해실태 보도는 “배출수가 해양오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강조해온 행정당국에 경종을 울렸다.

도내 해안을 중심으로 마을형성을 유도했던 조간대 용천수 복원이 엉터리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제주조간대가 한반도와 시베리아 일대에서 번식을 끝낸 도요류, 물떼새류 등의 중간 휴식지임을 확인했고 도내 조간대의 특성 있는 지질구조는 화산학의 교과서라고 불려도 손색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 기획보도는 제주바다 조간대의 해양생태계와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이를 지키는 것이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트리플 크라운의 명성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도민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동안 제주바다를 이용과 착취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행정당국의 변화도 이끌어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해양수산연구원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에 걸쳐 연구비 3억원을 투입해 하천정비와 해안도로 개설 등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해결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마을어장 내 자연생산력 증가를 위한 종합연구를 위해 별도의 국가연구과제를 신청키로 했다.

이번 취재는 지난해 마을어장 탐사에 이어 제주해안조간대의 실태를 생생하게 보도해 지역 언론이 추구하는 지역밀착형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면을 통한 기획보도와 더불어 동영상팀도 꾸려 수중탐사를 병행, 한라일보 홈페이지를 통해 동영상 보도물까지 제작해 탐사보도의 영역을 넓혔다. 지난 9개월 동안 탐사대원들이 기록한 ‘2012년 제주해안조간대’는 현재 책자 발간을 진행하고 있어 변하는 제주해안의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소중한 지표가 될 것이다. 본보 해양탐사대는 앞으로도 제주바다가 이용과 착취의 대상이 아닌 보존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