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새누리당 불법 선거 의혹 조사
제268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KBS 심인보 기자
KBS 심인보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3.02.06 14: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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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심인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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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가 적발하고 KBS가 보도한 새누리당의 불법선거운동 사무실에서는 그야말로 엄청난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다. 방송에 보도된 상황판이나 임명장은 물론 새누리당 편에서 작성된 문건들이 캐비닛 몇 개 분량이었다. 새누리당 관계자에게 보내는 것처럼 보이는 보고서와 안철수, 문재인에 대한 공격 논리를 담은 문건, 4대강 사업 등 여당에 불리한 이슈에 대한 대응 논리를 담은 문건, 박근혜 후보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SNS전략 문건 등 증거는 끝이 없었다.
선관위는 이례적으로 사무실을 적발한지 만 하루도 안 돼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에는 사무실 운영비를 새누리당 관계자가 댔으며, 정기적인 보고가 이뤄졌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매사에 조심스러운 선관위로서는 이례적이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당과는 관계없는 개인사무실이라며 나중에는 윤씨 개인이 운영하는 SNS학원이라고 주장했다. 불법선거 사무실을 운영한 혐의로 고발조치 당한 윤씨는 선관위를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이를 국회 기자실에서 브리핑했다. 그 자리에는 새누리당 대변인이 동석했다.
선관위가 불법선거 증거를 확보해 고발했는데 피고소인이 여당과 함께 선관위를 역고소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검찰은 40여일 후인 지난달 25일에야 윤씨를 구속했다. 그러나 윤씨에게 일을 시키고 돈을 댄 것이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정황도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
반면 피의자인 윤씨는 구속되기 전까지 트위터에서 이외수 선생의 ‘감성마을’ 퇴출 운동을 벌이는 등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선거에서 이겼으니 어떤 불법이라도 덮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을까. 윤씨는 끝내 구속됐지만 윗선이 밝혀질지는 미지수이고, 정치적인 책임을 누군가가 지게 될지 역시 회의적이다.
우리 사회에 최소한의 자정능력이 있다면 논의 수준이 이 정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불법은 엄정히 처벌하는 것이 기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야할 화두는 특정 정치세력이 공론의 장을 조직적으로 왜곡시키는 일의 정치적 위험성이다. 윤씨의 선거 사무실은 공식선거운동기간에 적발됐기 때문에 불법이 된 것일 뿐, 평상시라면 현행법상 위배되는 조항이 없다. 특정 정당과의 강력한 관계가 의심되는 자가 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한 뒤 인위적인 방식으로 수천, 수만의 팔로워를 만들고 정교하게 생산된 논리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함으로써 공론의 장을 왜곡시킨다 해도 이를 통제하거나 처벌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음습한 사각지대에서 이른바 ‘십알단’과 ‘트위터 전사들’, ‘일베충’들이 독버섯처럼 늘어나고 있다.
선거운동 막판에 불거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역시 경찰 수사과정에서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들이 왜곡시키는 공론의 장에서 과연 대의 민주주의가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시기라면 더욱 그렇다. 민주주의가 물고기라면 공론의 장은 물고기가 살아가는 물이다. 물이 더러워지면 물고기는 죽거나 기형이 된다. 슬프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이미 ‘기형’으로의 변이를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