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보도보다는 생생한 실체 전달이 우선"
이원영 LA중앙일보 오렌지카운티 총국장 '통일토론회' 참가차 방북
원성윤 기자 socool@journalist.or.kr | 입력
2012.12.05 15: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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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영 총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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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의 방북은 자유롭게 허용되어야 합니다. 방북 취재를 통한 북한 제대로 알리기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제한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위상에 걸맞지 않습니다.”
이원영 LA 중앙일보 오렌지카운티 총국장은 지난 10월 3~10일 북한 평양을 다녀왔다. 10·4선언 5주년 해외동포 통일토론회를 위해 방북한 이 기자는 2010년 정부가 취한 5·24 대북교류 제한 조치 이후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김정은 체제 이후 변모하는 북한의 속살을 전달했다.
영어와 컴퓨터를 자연스럽게 다루는 학생들, 시내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어린아이들, 물품을 사고 파는 주민들의 모습은 남한 자본주의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양 시내를 걷다 우연히 들른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하객으로 온 북한 주민들은 이 기자의 “동포”라는 말에 스스럼없이 술잔을 나눴다.
이 기자는 “폐쇄사회라서 낯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순진하고 외지인에 대한 거부감이 생각보다는 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함께 갔던 일행들도 북한 주민들의 순수한 인간미 때문에 더욱 가슴이 뭉클했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미주 동포 대표단 9명 가운데 한국 국적의 미 영주권자인 이 기자. 그는 5·24 조치 이후 북한 방문 취재가 전무한 실정을 감안해 한국 언론인으로서 방북 기사를 쓸 수 있다면 큰 이슈가 될 것이란 직감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북측에서는 2차례나 비자를 거부했다. 그래도 다시 설득했다. “중앙일보에 입국 허가를 내주는 것 자체가 북한의 전향적 자세다.” 북측에서는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결국 비자를 내주었다. 기자생활 25년 만에 최고의 보람을 만끽한 이벤트였다.
가기 전, 사진 촬영을 맘대로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일정 중에는 항상 안내원이 동행을 했다. 8일간 일정은 빽빽했다. 자유롭게 취재를 할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려웠다. 첫날 일행 중 한 명이 누추한 노인을 찍자 당사자가 “왜 찍냐”고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안내원은 “우리 인민들도 낯선 사람이 막 카메라 들이대면 싫어한단 말입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래도 그 일 외에는 특별히 사진을 찍지 말라는 제한은 없었다. 일정 짬짬이 ‘틈새 전쟁’을 벌이며 사진과 동영상 촬영 및 인터뷰를 소화했다. 북측 안내원도 카메라 앵글에 신경은 썼지만 특별히 제지하지는 않았다. 북측 안내원은 “북조선 사진은 꼭 이상한 것만 쓰더라. 그것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려있다”고 이 기자에게 하소연을 했다.
이 기자는 평양을 다녀온 뒤 ‘언론, 이혼 변호사가 되지 말자’라는 화두로 칼럼을 썼다. “적대의식에 가려 못 보고 있는 상대방의 실체를 정확하고 생생하게 전달하는 게 언론의 기능이죠. 저는 평양 한복판에서 분단과 증오의 현실을 떠올렸습니다. ‘우리는 무슨 미친 짓을 하고 있나. 증오를 확대 생산하는 건 언론이 아닐까.’ 인권·폐쇄사회·세습제·독재 등 북한에 대해 항상 하는 얘기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닌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