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청 공무원 거액 공금횡령

제266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광주방송 박승현 기자


   
 
  ▲ 광주방송 박승현 기자  
 
공무원 공금 횡령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80억7700만원. 여수시청에서 회계담당 업무를 맡은 8급 공무원이 지난 3년 동안 시 공금을 개인 쌈짓돈처럼 여기며 매달 2억원 이상씩을 빼갔다. 여수시는 감사원 적발 전까지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 사건의 취재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40대 부부의 단순한 교통사고에서 두 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난 10월10일, 남편 47살 김 모씨의 직업이 바로 여수시청 공무원이라는 점, 그리고 자살시도 원인에 대해서도 특별한 이유를 대지 않는다는 점이 교통사고 후속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직감적으로 단순한 교통사고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단서가 너무 빈약했다. 일단 정보라인을 총가동한 끝에 김 모씨가 회계업무 담당이라는 점, 그리고 감사원이 여수시청 회계분야에서 공금횡령 의혹을 포착하고 특별감사를 앞두고 있었다는 점을 추가로 알아냈다.

얽혀있던 실타래의 첫 매듭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횡령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취재를 끈질기게 이어갔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단서를 퍼즐 맞추듯 한데 모아 결국 김 씨가 지난 3년 동안 여수시 급여업무를 담당하면서 매달 세무서에 납부해야 할 직원 소득세 2억원 가운데 일부를 횡령한 혐의로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있었으며, 심적인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했다는 보다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한 교통사고로 치부해 묻힐 뻔한 사건이 공무원이 행한 역대 최대 규모의 횡령사건으로 이어지는 최초의 단독보도였다.

KBC 보도와 함께 검찰 수사도 본격적으로 착수됐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여수시 공무원의 횡령액은 당초 감사원이 조사한 29억원에서 계속 불어나더니 지난 11월18일 검찰 수사결과 발표에서는 최종 80억77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게 지난 한 달간을 여수시청 공무원의 공금횡령 사건을 취재하며 정신없이 보냈다. 이번 취재는 기자정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따금씩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벽에 부딪히게 되면 어렵다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그 벽을 넘어서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끈질기게 파고든 이번 취재를 통해 기자로서의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

마지막으로 항상 최고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묵묵히 다하고 있는 KBC 식구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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