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그들은 알고 있다
제266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 / KBS 이석재 기자
KBS 이석재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12.05 15: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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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이석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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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정부가 자동차 급발진을 규명하겠다고 나섰다는 소식을 접했을 당시만 해도 우려보다는 기대가 컸습니다.
운전 미숙으로 결론을 내렸던 지난 1999년 정부의 첫 급발진 조사를 시점으로 이미 10여 년의 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 자동차의 전자화는 진일보했기 때문에 적어도 그때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부합동조사반의 조사위원 가운데 일부가 지난 1999년 당시 조사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던 인사라는 의혹을 전해들은 뒤부터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일부 자동차 제작사 측 관계자들도 그런 이유로 이번 조사에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전언까지 접하면서 의혹은 증폭됐습니다. 특정 인물 3명의 이름만 확인되면 본격 취재에 착수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그때부터 들었습니다.
문제는 16명이라는 조사반 내부 조사위원이 전혀 파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국토해양부도, 조사를 주도했던 교통안전공단 측도, 무슨 이유에선지 명단 공개를 거부하면서 취재는 답보 상태에 빠졌습니다.
진도가 나가지 않던 취재는 회사 동료인 정아연 기자가 문제의 명단을 정부 고위층으로부터 입수해 전달해주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 명단을 통해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고, 본격 취재에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 내내 끊이지 않았던 고민은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언론사에서 이 급발진 아이템을 다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차별화가 필요했습니다.
결국 취재진은 현 시점에서 시청자가 제일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은 EDR이라는 사고기록장치가 어떤 부품인지, 이 장치를 놓고 정부 조사반과 자동차 제작사, 급발진 추정 사고 운전자 사이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내용에 집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합동조사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난 국정감사에서 어떤 증언들이 나왔는지 파악도 못한 채 방송 직전까지 온갖 꼼수를 부렸던 국토해양부 관계자의 행태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습니다.
방송 직후에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각종 해명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해 급발진 추정 사고 조사가 앞으로도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조사반을 신뢰하지 않는 국회가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급발진 추정 사고 조사를 진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