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필립(정수장학회 이사장)의 비밀회동
제266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한겨레 최성진 기자
한겨레 최성진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12.05 15: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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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최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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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30일이었다. ‘부산일보’ 경영진은 이날 하루 윤전기를 돌리지 않았다. 부산일보 기자들이 신문에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는 이유였다. 재단법인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정수장학회와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신문사 경영진에게 어떤 절박한 이유가 있었는지 몰라도, 주요 일간지의 갑작스러운 발행 중단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수장학회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 문제는 대선 이슈이기에 앞서, 한국 사회의 언론 민주화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지난 1월 한겨레 토요판 출범을 앞두고 정수장학회 문제에 관한 취재의 강도를 높였다.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 김지태씨 유족들을 만났고 부산일보 관계자를 인터뷰했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정수장학회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최필립 이사장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난 2월4일치 한겨레(토요판 커버스토리 ‘정수장학회, 부산이 술렁인다’)에 실린 최필립 이사장 인터뷰는 그런 취재 과정에서 얻은 결과물의 하나였다.
최 이사장과의 인연은 이후 계속 이어졌다. 지난 가을부터 정수장학회 재산 처분에 관한 첩보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9월27일 최 이사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때 그는 “10월말쯤 되면 결승의 날이 다가오는데, 나도 한몫해야 할 것”이라며 정수장학회가 준비해온 재산 처분 및 10월19일 기자회견 계획을 암시했다. 이날 전화 인터뷰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비밀회동’ 기사를 취재 및 보도하는 데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정수장학회가 어떠한 공론화 절차도 없이 극소수의 MBC 간부와 밀실에서 추진해온 언론사 지분 매각 및 발표 계획은 한겨레 보도 이후 무산됐다. 김재철 MBC 사장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던 민영화 작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정수장학회의 재산 처분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사회 환원 방식을 마련하는 것이다. MBC 민영화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문제는 당연히 국민적 동의 아래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여전히 설명돼야 할 것들도 있다. 무엇보다 지난 1년간 수차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정수장학회는 이미 사회에 환원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던 최필립 이사장은 언론사 지분매각 계획에 대한 명쾌한 입장을 내놓아야 옳다.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은 과연 누구의 결정이었으며, 왜 이를 대선을 정확히 두 달 앞둔 10월19일 대형 기자회견 방식으로 발표하려 했는지, 국민들은 여전히 궁금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