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님들-5공 핵심 비리 땅 전두환 딸에게 증여
제266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한겨레21 고나무 기자
한겨레21 고나무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12.05 15: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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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21 고나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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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언론’이란 형용모순이라고 가끔 생각합니다. 직업적 회의주의자가 기자직의 본질이라면, ‘진보적 회의’라거나 ‘보수적 회의’라는 형용이 얼마나 우스운 것일까 생각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요새 제 화두는 왼쪽이냐 오른쪽이냐가 아니라 아래로 한걸음 더 깊이 파고 내려가느냐 마느냐입니다.
그러던 차에 전두환 전 대통령 육사사열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많은 일간지에서 숱한 비판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것으로 된 것일까 자문했습니다.
한편 매년 10월 대구공고에서 열리는 전두환 각하배 골프대회는 어김없이 올해도 열릴 예정이었습니다.(실제로 열렸습니다) ‘전두환과 그의 시대’가 남긴 유산의 현재와 과거를 한겨레가 제대로 조명했는지 자문했습니다. 남은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988년부터 2012년까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무수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역설적으로 무수한 보도가 있었는데도 그의 남은 재산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는 현실에서 다시 출발했습니다.
1988년 민주화 이후 전 전 대통령의 재산과 관련된 모든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 보도를 모두 검토했습니다. 두꺼운 단행본 2권 분량이었습니다. 이외에 1980년대 출판됐다가 절판된 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 관련 저서들을 찾았습니다. 이들 자료를 두세 차례 숙독했습니다.
반복해서 읽자 ‘팩트의 구멍’과 ‘야마의 구멍’이 보였습니다. 과거 크게 보도되었으나 이후 추적보도가 없었던 재산논란 사례를 하나하나 엑셀파일에 저장해 추적보도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팔로업(follow-up)할 부동산과 비자금 관리자들의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앵글의 빈공간도 찾았습니다. 과거 언론은 전재국, 전재용씨 등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가 재산만 취재했습니다. 저는 ‘전 전 대통령 재산의 비밀은 처가에 있다’는 취재 포인트를 찾았습니다.
삽을 들이댈 팩트와 야마의 빈 공간을 정한 뒤의 과업은 단순했습니다. 이후 한 건 한 건 논란이 됐던 재산들의 현황 파악에 들어갔습니다. ‘88년 청문회 당시 이순자씨 소유 의혹이 제기됐던 땅이 처남을 거쳐 전두환 딸에게 증여됐다’는 팩트는 이 같은 단순한 반복 작업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잘 회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