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도둑님들'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은 기자정신 '호평'
제266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기자상 심사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12.05 15:12:16
광주방송 ‘여수시청 공무원 공금횡령’ 끈질긴 추적 작업 돋보여기자협회에 출품된 기사를 심사할 때 심사위원들은 기사의 사회적 파장을 매우 중시한다. 그러나 동시에 취재 및 기사 작성 과정에서 기자가 과연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과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특히 이번 심사위원회에서는 기사 발굴과 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기자 정신을 얼마나 발휘한 것인지에 대해 집중 토론이 이루어졌다.
취재보도부문의 ‘도둑님들-5공 핵심 비리 땅 전두환 딸에게 증여 단독 확인’ 기사는 작은 단서를 기자가 집요하게 파헤쳐 돋보이는 기사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내려졌다. 내년에 시효가 끝나기 전에 어떻게든 사실 관계를 확인해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뛰어났다는 데 의견이 쉽게 모아졌다.
‘최필립(정수장학회 이사장)의 비밀회동’ 기사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 간에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졌다. 우선 사회적 파장이 엄청났지만 취재 과정에서 기자의 노력보다는 우연이 작용했다는 부분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최필립 이사장과 여러 차례 인터뷰를 하고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집요한 사전 취재가 없었다면 이런 특종을 하기가 어려웠다는 반론이 나왔다. 취재 윤리 차원에서 법적인 문제제기가 되어 있기 때문에 감점 요인이 있다는 일부 심사위원들의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녹음기를 숨겨 들어간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전화를 끊지 않아 우연히 회의 내용을 듣게 됐다는 정도는 취재윤리 차원에서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견과, 법적 판단과 기자의 취재 윤리는 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반박이 나왔다.
‘이시형씨 “큰아버지에 현금 6억 빌려 큰 가방에 넣어와”’ 기사는 좋은 기사지만 보도 당시 비슷한 수준의 특종이 여러 언론에서 이어졌다는 부분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경제보도부문의 ‘비사(秘史) MB노믹스-이명박정부 경제실록’은 기자들이 품을 많이 들여 읽을거리를 번듯하게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짜임새가 부족하고 실록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약해 보인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예리함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급발진…그들은 알고 있다’는 실제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요한 문제를 짚었다는 점과 충실한 자료 수집과 검증을 거쳤다는 점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보도가 많아 기시감이 있다는 점, 최종적으로 급발진이 있다고 증명하지 못한 점 등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지역취재보도부문의 ‘여수시청 공무원 거액 공금횡령’은 사회적 반향이 매우 컸고 단서를 포착해 추적과 세밀한 확인 작업을 거쳐 기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사건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은 다소 취약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MB 큰형 이상은 다스회장 인천공항 입국’과 ‘15분 폭우, 청계천에 고립된 시민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시각적인 효과에서는 고립된 시민들 사진이 뛰어났지만 기자가 들인 노력은 인천공항 입국 사진이 앞선다는 평가가 나왔다. 심사위원들은 최종적으로 기자가 들인 노력에 더 많은 점수를 줬다.
한편 이번 심사 과정에서 기사를 출품한 기자가 심사위원 명단을 파악해 거의 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출품작을 잘 살펴 달라는 부탁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심사위원들은 이 같은 행위가 자칫 심사위원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또 심사위원회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의견을 모았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