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바다가 변하고 있다
제265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방송 / 울산MBC 서하경 기자
울산MBC 서하경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11.07 14: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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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MBC 서하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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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역이나 동해안 독도, 울릉도 인근에서 가끔 관측되는 희귀 아열대 어종이 우리가 바다에서 접할 수 있었던 지구온난화 현상의 대부분이었다. 지금까지 한반도 근해에서의 변화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었다. 제작진은 바로 그 지점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우리는 한반도 해양생태계가 과연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동해바다에서 그 현장을 확인하고자 했다. 특히 동해가스전은 가스 생산을 위해 각종 구조물이 많아 해양 생물들이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가스기지라는 위험시설물의 특성과 심한 조류 때문에 취재가 매우 어렵고 위험한 해역으로 분류돼 언론사들이 주목하지 않았다.
먼저 수중탐사와 함께 국립수산과학원의 탐구호 트롤조사, 플랑크톤 분석 등 대대적인 해양조사를 실시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한 점은 최근 고래떼가 유난히 동해바다를 많이 찾는다는 점이었다. ‘무엇이 고래를 이동하게 만들었을까’, ‘고래의 먹이인 멸치떼가 많아졌다면 그들은 왜 우리해안으로 몰려드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로 인한 변화는 어떤 것일까?’로 궁금증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동해가스전 인근에서 조업을 하고 있는 꽃게잡이 어선과 가자미 어선들의 목격담, 동해가스전에 근무하는 석유공사 직원들의 관측을 분석해 여름철 한반도 동해 바다에 엄청난 참치떼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보다 생생한 화면을 전달하고자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바닷속을 헤매기를 수차례, 동해가스전에서 우리는 거대한 참치떼를 만날 수 있었다. 에메랄드빛 물결 속에 군무를 펼치는 그들은 아름답다 못해 경이로웠다.
인간에게 1도가 엄청난 변화이듯 바닷속 동식물들에게 있어 지난 40년간 바닷물 온도 1.3도의 상승은 그들의 삶의 터전을 흔들었다. 그들은 살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냉엄한 생존환경에 내버려진 그들의 이동에 자연의 거대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국가산업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촬영허가가 힘들었고, 동해안에서의 어종 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나 자료가 불충분해 사전 취재가 상당히 어려웠다. 또 바다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우리의 의지보다는 날씨에 의존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촬영 또한 힘들었다. 베테랑 수중촬영감독도 놀라워하는 환경에서 우리는 특종의 감을 조금씩 느꼈고, 드디어 낚았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동해바다의 참치떼부터 그들을 쫓아온 동해안 고래떼는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었다.
자연의 움직임은 너무 더뎌 우리가 느끼지 못하지만 분명 지금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진행 중이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고 좀 더 다가가다 보면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