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

제265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뉴시스 광주·전남 이창우 기자


   
 
  ▲ 뉴시스 광주·전남 이창우 기자  
 
이번 사건은 어린자녀를 품어줄 최소한의 안전지대인 가정의 울타리가 무너졌다는 것과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를 다시금 논의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 성범죄에 대한 언론의 보도 매뉴얼에도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보게 했다.

지난 8월30일 오전 전남 나주는 태풍 ‘볼라벤’의 내습으로 배 과수원과 시설하우스가 큰 피해를 입어 복구가 한창이었다. 연이은 태풍 ‘산바’의 북상 소식에 편한 복장에 노트북과 카메라를 챙겨들고 피해 현장을 취재하고 있었다.

이동 중 정복을 착용한 경찰 수개 중대가 시내 곳곳에서 열을 지어 돌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한 대민지원 활동을 나왔다면 운동복 차림이었어야 하는데 정복이라니…. 직감적으로 뭔가 큰일이 났구나 싶었다.

한 의경에게 다가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수색 중이다”라는 짤막한 답변만 돌아왔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일단 카메라를 꺼내 들고 수색 중이던 경찰들의 모습을 담은 뒤 경찰을 상대로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이어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집에서 잠자다 사라졌으며 가출인지 실종인지 확인 중이다”라는 소스를 확보했다. 본격적인 취재를 위해 실종된 초등학교 1학년 A양의 집을 수소문해 찾아갔다.

A양의 집은 한 눈에도 허술해 보였다. 도로가와 인접한 출입문은 평소에도 잠겨 있지 않았고 유리창은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기본적인 방범장치가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집을 기준으로 좌측 130m 떨어진 스쿨존과 우측 300m 사거리에 각각 방범용 폐쇄회로(CC) TV가 1대씩 설치돼 있었으나 ‘먹통’에 가까워 경찰을 당혹스럽게 했다.

취재 도중 이날 낮 12시께 A양이 집 인근에서 탈진한 채 경찰에 발견돼 급히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몸에 멍 자국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A양이 잠자던 중 이불째 납치돼 성폭행 당했다는 끔찍한 내용을 첫 보도했다.

사건 발생과 범인 검거 후 사회적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반사회적 성폭력범에 대한 양형 강화와 전자발찌 착용 대상 확대, CCTV 설치 확대, 불심검문 부활 등 관련 대책이 쏟아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은 내 이웃에 대한 관심과 건전한 사회공동체 정신 회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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