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경제효과 부풀리기

제265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대구MBC 도성진 기자


   
 
  ▲ 대구MBC 도성진 기자  
 
대구라는 행정도시가 생긴 이래 가장 큰 규모로, 가장 많은 예산을 들여, 가장 많은 시민이 동원돼 치러진 국제 스포츠 행사인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많은 수식어들이 따르는 이 행사는 또 다른 의미에서 김범일 대구시장이 임기 이래 가장 큰 업적으로 삼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대회 1주년에 즈음한 지난 7월, 누구나 당연시하고 대구시가 대회 유치의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운 8조원대의 경제유발 효과가 과연 현실성이 있었는지 따져보기로 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제보자 없이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한 취재였기에 정보공개청구와 관련 논문 검토 등을 통해 다양한 자료를 수집했다. 특히 경제효과 부문에 집중해 대회 전 연구 분석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었는지, 이후 실제로 나타난 경제지표들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짚어보고자 했다. 이를 점검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경제효과 분석을 담당한 연구원을 만나고 관련 논문을 발표한 교수들을 만나 ‘경제효과 분석’이 어떤 과정을 통해 얼마나 부풀려졌는지 다소 충격적인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한 점검으로 시작한 취재는 ‘국제대회 경제효과 부풀리기’라는 큰 줄기의 기획기사로 확대됐다. 취재과정에서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물론 ‘2003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도 똑같이 대구시의 요구에 따라 경제효과를 고의로 뻥튀기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는 대구시와 대구경북연구원의 종속적 관계에서 기인했다는 사실도 들춰냈다.

보도 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구시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대구시는 공식 사과를 하고 개선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보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1대회 뒤 대구시가 또 엄청난 세금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포스트 2011사업’에 대해서도 점검해 이 사업 역시 당초 시민들에게 알린 청사진과는 달리 세금만 날리고 진전은 없는 ‘속 빈 강정’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누군가에겐 ‘성공 스토리’이지만 많은 사람에겐 ‘불편한 진실’일 수 있는 사안을 가려내고 그 실상을 알리는 것이 기자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비록 취재 내내 힘들고 불편했던 이번 기획보도가 더 큰 의미로 와 닿고 수상 소회 또한 남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인 것 같다.

다만 내가 몸담고 있는 MBC를 둘러싼 현재의 언론환경이 녹록지 않아 제대로 된 기쁨을 누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하루빨리 모든 것이 제자리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내년이면 10년차 기자가 되는 지금의 나를 만들고 키워준 대구MBC 보도국 선후배들에게도 이번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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