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 전문 자문회사 7년간 14개 노조 깼다

제265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한겨레 김소연 기자


   
 
  ▲ 한겨레 김소연 기자  
 
취재를 하다보면 반드시 내 손으로 ‘끝을 보고 싶다’는 주제가 생기곤 한다. 창조컨설팅이 그런 존재였다.

노동현장에선 수년 전부터 컨설팅 업체가 사용자와 계약을 맺고 각종 불법적인 방법으로 ‘노조 파괴’에 나서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노조 활동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으로 컨설팅 업체들이 상품처럼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증이 없어 속만 태워야 했다.

어설프게 접근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커진다는 점을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됐다. 지난해 5월 충남 아산의 유성기업 노사 갈등 당시 발견된 문건에 ‘창조컨설팅’이란 이름이 언급됐고, 그 사실을 바탕으로 ‘노조 파괴’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가 나가고 창조컨설팅의 매출액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얘기를 뒤늦게 듣고 절망했다. 기사가 오히려 광고가 됐던 셈이다.

올해도 ‘노조 파괴’는 계속됐다. 자동차부품회사인 에스제이엠(SJM)과 만도 등에서 ‘직장폐쇄→용역투입→노조 무력화’ 등 비슷한 형태로 또 다시 노조가 무너져갔다. 컨설팅 업체들이 워낙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는 터라 실체를 밝혀낸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이 부분에 관심이 많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실 보좌관과 함께 ‘노조 파괴’ 컨설팅 문제를 파헤쳐 보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9월24일 용역폭력 청문회가 확정됐고, 이 시기에 맞춰 이슈 파이팅을 하기로 했다. ‘노조 파괴’ 컨설팅 업체의 실체는 우리 사회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만큼 언론과 국회가 힘을 모아야 그나마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보를 모아가는 과정에서 너무도 귀한 제보가 들어왔다. ‘노조 파괴’ 컨설팅 업체로는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창조컨설팅의 내부 문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문건의 양은 1000페이지가 넘었고, 열흘 동안 잠을 줄여가면서 자료를 봤다. 언론의 집중보도와 정치권의 문제제기가 결합되면서 결국 창조컨설팅은 법인 인가가 취소되고, 대표이사의 노무사 자격은 박탈됐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왜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노조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 허술한 제도, 무책임한 정부, 사용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처벌 등이 ‘노조 파괴’를 부추긴 원인이 됐다. 실제 창조컨설팅과 ‘노조 파괴’를 공모했던 사업주들은 아직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기본권은 예외 없이 지켜져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진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감시하고 보도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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